새로 나온 책_2020081419

2020-08-14 11:39:39 게재
아리랑
님 웨일즈/박건웅 그림/동녘/2만원

활화산 같은 열정으로 폭풍 같은 삶을 살다간 조선 독립혁명가 김 산(본명 장지락)을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만화와 소설의 중간형식)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아리랑'은 1984년 동녁에서 번역 출간돼 30여년 동안 꾸준하게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님 웨일즈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 청년의 고뇌와 투쟁을 통해 조선인 혁명가로 거듭난 김 산의 삶을 기록했다.

이번에 역사 만화가 박건웅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다.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짧은 생애를 마친 김 산은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리기도 한다. 의사 출신 체 게바라는 1950~1960년대 중남미 혁명의 상징 인물이다. 김 산도 민족에 기여하기 위해 베이징 협화의학원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했고 일본 만주 상하이 베이징 홍콩 광둥 옌안 등을 누비며 중국 공산혁명을 통한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다. 지금은 김 산이 1938년 중국공산당 사회부장 캉성(康生)에 의해 '일제 스파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한동안 누구의 지시인지 모르고 희생된 점도 닮았다. 어쩌면 체 게바라가 남미의 김 산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2005년 대한민국 정부는 광복 60년을 맞아 김 산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미야모토 무사시: 방법의 구도자
우오즈미 다카시/김수희 옮김/AK/1만3800원

미야모토 무사시(1582~1645)는 여러 유파의 고수들과의 60여차례 승부에서 패한 적이 없는 일본의 전설적 검객이다. 그의 인생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의 소재로 쓰이며 오늘날까지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허구가 다소 가미된 탓에 실상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새로 발견된 사료를 포함해 무사시의 역사 기록을 상세히 검토하며 그의 삶의 궤적을 더듬는다. 또 그의 대표작 '오륜서'를 중심으로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된 그의 사상을 해설한다. 저자는 그가 후세에 남기려 했던 '병법의 도'가 무엇인지 찾고자 한다.

뉴노멀의 철학
김재인/동아시아/1만5000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기존 질서와 체제, 트렌드가 무너지고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코로나 혁명'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혁명'은 정치적인 비유가 아니라 한 체제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다른 체제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건을 뜻한다. 코로나 혁명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흐름들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개념과 가치, 사상들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혁명은 근본적이다.

간첩 시대
김정인/책과함께/2만원

이 책은 한국 현대사에 등장한 간첩조작의 역사를 총망라한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 '공안과 간첩'이 분단과 독재체제하에서 일어난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비극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키워드임을 역설한다. 누가 누구를 왜 어떻게 간첩으로 몰았을까?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이후 간첩 수가 현격하게 줄면서 한국의 공안기구들은 존립의 위기를 느꼈다. 같은 해 10월에는 유신이 단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간첩 혐의'라는 막연한 정당성은 내부 통제를 위한 강력한 장치가 됐다. 심지어 국내만이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 사는 한인조차 간첩 혐의를 받았다.

제국과 검열
이민주/소명출판/2만4000원

저자는 1920년부터 1940년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조선에서 발행된 조선어 일간 신문 지면 중 검열로 삭제당한 기사들을 모두 찾아내 이를 검열당국의 기록과 대조했다. 이를 통해 시기별로 달라지는 검열권력의 특성을 파악했다. 처음에는 지면에 공백이 생기는 것도 개의치 않던 일제 검열당국이 이윽고 지면에 남겨진 검열의 흔적인 '빈 공간'마저 지우라고 명하게 되는 흥미로운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검열이라는 문제를 조선이라는 하나의 식민지에 국한하지 않고 제국 본국 및 다른 식민지인 대만의 그것과 연계하여 살펴보고자 한 점 등은 기존의 검열 연구와 차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