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공방만 벌이다 끝난 ‘하천관리 일원화’
부처별 제 각각 관리
재난시 대응 어려워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각지가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원화된 하천관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천에 담긴 물은 환경부, 바로 옆에 있는 둔치나 제방 등은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이원적인 시스템이다. 홍수 등 재난 상황에서 제때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경수 성균관대 교수(한국수자원학회장)는 “댐 방류량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제방 관리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재난 상황에서는 더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하천 관리가 이원화돼 있으면 힘들다”고 비판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지해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시도됐지만 일부 야당(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다 폐기 되고 말았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각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하천 업무를 하나의 부처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도 “하천과 물관리 업무가 완결된 상태로 일원화되면 조직운용 및 업무수행의 효율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보다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해지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법안이 타당하다는 분석이 언급됐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시간만 끌다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해당 법안은 폐기, 21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시 야당 반대 논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였던 통합물관리를 수용해 줄 때 하천관리업무는 종전대로 남겨뒀는데 이를 번복하면 당에게 부담된다는 것이다. 내일신문이 5월 12일 열린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당시 소위원장이던 미래통합당 이채익 의원은 “여야 지도부 합의사항을 여야 지도부가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위원회가 뒤엎는 법안을 20대 국회 끝 무렵에 처리하는 것에 저희 당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된다”고 말했다. 결국 민생은 외면한 채 각 당의 입장만 내세우다가 이번과 같은 재해를 맞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