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서강 인근 대규모 폐기물매립장 들어서나
석회석 폐광산(쌍용양회)에 산업쓰레기 매립 추진
한반도지형·한반도습지 아래 … "물 새는 석회암지대, 매립장 안돼"
"산업쓰레기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거리 2.5km에 서강이 있다. 서강은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 상류다. 물이 줄줄 새는 석회암지역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절대 안된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말이다.
최 목사는 "목적이 다한 폐광산은 복구하는 것이 원칙인데 쌍용은 폐광을 오랫동안 방치했고, 폐기물을 불법매립하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며 "이제는 아예 산업쓰레기 매립장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지형으로 잘 알려진 영월 서강 = 21일 오후 최 목사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날 오전 쌍용양회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코로나사태가 악화돼 본사직원 현장방문이 금지됐다"며 동행취재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왔다. 또 폐광지가 회사 안에 있어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폐기물매립지 예정지에서 가장 가까운 쌍용천 인근에서 드론을 띄워 폐광지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부지는 생각보다 넓고 깊었다. 150미터 높이까지 올라갔지만 드론에 부착된 20도 광각렌즈에 전체 부지가 다 들어오지 않았다.
폐광지 옆 산 능선 높이 300미터에서 150미터를 더 올라가서야 겨우 전체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다음 스카이뷰에서 거리재기로 확인해보니 세로 650미터에 가로 380미터에 이르는 크기였다.
쌍용폐기물매립장의 매립면적은 19만1225m²으로 국제경기용 축구경기장(110×75m) 23개를 합친 것보다 넓다. 매립용량은 560만㎥(루베), 매립기간은 16년에 이른다. 반입 폐기물은 '사업장배출물'이 90.8%에 달하고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한 건설폐기물은 9.2%에 불과하다.
사업장 부지가 이렇게 넓으니 매립장 위에 지붕 구조물이나 에어돔을 씌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준호기성 위생매립'이라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아예 배제할 수 없는 방식이다. 많은 비가 내리면 다량의 침출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설 구조다.
쌍용양회공업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 '침출수는 2200톤 유량조정조 등 쌍용양회공업 영월공장 사업장 내 수질오염방지시설과 연계해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8월 4일 최병성 목사가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보았다. 4일엔 부지 안이 물로 가득 차 있었는데 21일 오후에는 대부분의 물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최 목사는 "그 사이에 간간이 비가 더 왔고 부지 옆에서 물굴이 터져 많은 지하수가 유입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도 부지 내 물이 거의 다 빠져나간 것을 보면 지하에 동공이 많은 석회암지대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한반도습지 = 여기서 2.5km 떨어진 곳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영월 한반도지형(명승 제75호)과 2015년 5월 13일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한반도습지가 있다.
2012년 1월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한반도습지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어름치' '원앙', 멸종위기 어류인 '돌상어'와 '꾸구리' '묵납자루', 희귀식물 '층층둥굴레'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다.
21일 오후 한반도습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곳 영월군 한반도면은 뛰어난 자연 생태계와 석회석광산의 심각한 환경피해가 공존하는 곳"이라며 "쌍용양회 공장이 위치한 쌍용리를 제외하면 대다수 주민들은 폐기물매립장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영월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주환경운동연합과 서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매립장 예정지는 대표적인 카르스트지형으로 지하에 절리와 동공들이 발달되어 있어 아무리 차수막 시설을 해도 지반붕괴로 인한 지하수·하천 오염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반도면 쌍용출장소에서 720m, 쌍용4리 마을회관 810m, 쌍용 119소방서 930m, 쌍용초등학교 1.4km에 불과한 곳에 유해분진이 발생하는 산업폐기물매립장은 안된다"며 "원주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수도권 식수원과 한반도면 주민 환경권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