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왜 이러나
임진강 교량길이, 육상부까지 포함했다
임진강폭 좁은 대안노선에 계획노선보다 긴 교량 설계
식생조사 지점 모두 지뢰지대 … "밖에서 보고 기록해"
'계획노선 평화대교 1960m, 대안3(통일대교 남단) 임진강 통과교량 2120m, 대안4(자유로 근접통과) 임진강 통과교량 1920m, 대안5(통일대교 북단) 임진강 통과교량 2220m'
국토부와 도로공사는 '문산-도라산고속도로 전략환경평가 보완서'에서 대안노선별 임진강 통과 교량 길이를 이렇게 명시했다. 그러나 여기서 명시한 교량 길이는 임진강 밖, 육상구간을 다 포함하는 길이다.
실제 임진강을 통과하는 교량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설계안 노선대로 구글어스 지도에서 다시 측정해보았다. 그 결과 △계획노선(평화대교) 1450m △대안3 817m △대안4 890m △대안5 1250m로 나온다.
임진강 제방 안에 있는 경작지(논)를 제외하고 순수한 강폭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계획노선(평화대교) 1000m △대안3 350m △대안4 320m △대안5 550m 정도다.(대안2 노선은 하저터널이라 제외)
◆교량 길수록 하천에 미치는 영향 커 = 1/50000 지형도를 보면 대안노선들이 위치한 경의선과 통일대교 쪽 임진강은 강폭이 500m 이하로 좁다. 임진강은 하구쪽으로 내려가면서 강폭이 커져서 문산천 합류 후에는 강폭이 2배 가량 넓어진다. 강폭이 1000m가 넘는 구간도 있다.
교량 길이가 중요한 것은 '입지 타당성 분석'에서 임진강을 횡단하는 교량 연장이 길어질수록 하천 흐름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는 전략환경평가 본안에서 "터널계획 및 하천횡단 교량 등을 감안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비교3안(대안3)은 하천을 횡단하는 교량 연장이 길어 하천 흐름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바 계획노선이 최적노선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교3안의 하천 횡단 길이가 훨씬 짧은데 교량 전체 길이를 기준으로 이런 결론을 냈다.
대안노선 검토에서 핵심적인 '임진강 통과 교량 길이'가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 대안 3,4,5 모두 육상부 교량 구간이 길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량이 임진강에 미치는 환경영향을 따지려면 육상부 구간은 계산에서 빼는 게 맞다.
이 문제에 대해 국토부 도로정책과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에 문의를 했다. 두 부처 모두 "다시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는 대답 이상은 들을 수 없었다.
"대안노선의 경우, 임진강과 문산천을 모두 교량으로 통과하기 때문에 하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문산천과 임진강을 다 합해도 계획노선 교량길이 1960m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환경부는 평가 협의에서 "교량 높이가 낮으면 교각 수가 늘어나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고, 교각 수를 줄이면 교량 높이가 높아져 새들의 이동을 방해한다"며 기존에 개발돼 있는 통일대교 쪽으로 우회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대해 국토부는 '통일대교 교각 수를 7개에서 3개로 줄이는'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지뢰지대라 다 밖에서 조사" = 지난 주말 이기호 한국산림기술사협회장과 함께 장단반도 내 식생조사지점 7곳을 모두 돌아보았다.
7개 지점 모두 미확인지뢰지대 안에 있었다.
전략환경평가서에는 10×10m 단위(면적 100㎡)로 식생을 조사했다고 돼있는데 아예 방형구 설치가 불가능한 곳들이었다. 이런 지점들을 조사하면서 평가서는 교목층의 높이, 아교목층의 높이, 관목층, 초본층까지 조사한 것으로 서술했다.
2019년 5월 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45분까지 7개 지점의 식생을 모두 조사했고, 평균 30분 정도의 조사로 식물이 땅을 덮은 정도와 나무들의 가슴높이지름까지 명기했다.
평가서를 작성한 ㈜도화엔지니어링의 실무 책임자와 통화를 해보았다. 실무 책임자는 "지뢰지대라 방형구 설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맨 눈과 망원경 관찰로 식생을 조사했다"며 "나무들의 가슴높이지름도 숲 가장자리 나무들 일부만 측정하고, 나머지는 눈으로 추정해서 기록했다"고 말했다.
◆"야외기록장 확인해야 진실 드러날 것" = 이기호 한국산림기술사회 회장은 "지뢰지대라면 숲에 들어갈 수 없으니 방형구 설치도 불가능하고 흉고직경(가슴높이지름) 측정도 불가능하다"며 "이런 경우엔 숲에 들어갈 수 없었던 사유를 정확하게 명시하고 숲을 관찰할 수 있는 밭 가장자리나 도로변에서 최대한 폭 넓게 식생조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장단반도 내 고속도로 예정지 구간 10km를 한나절 만에 자동차로 돌아보는 정도의 식생조사를 한 셈"이라며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인데 민간보다 더 철저한 생태조사를 통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임진강을 통과하는 교량 길이 조작과 식생조사 거짓부실 작성은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에 해당한다"며 "거짓부실 평가위원회를 열어 실제 조사한 내용을 야장(야외기록장)으로 확인해야 보다 실체적인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