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더 세진 가을태풍 더 많이 온다"
2003년 전보다 1.6배 증가 … 9월 해수온도 상승해 태풍에너지 계속 공급
지난 3일 오전 9시 45분, 김윤배(51·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의 페이스북엔 태풍 마이삭으로 울릉도 남양항에 침몰한 레저보트 사진과 관련 글이 실렸다.
"울릉도와 독도는 9시 30분 현재 초속 33m 강풍과 최대파고 19.5m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한반도 본토는 태풍 마이삭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여기는 이제 본격적인 영향권이다."
이후 김 대장은 육지 중심 재난보도와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된 섬의 실상을 알렸다. 50톤 규모 테트라포드가 파도에 떠밀려 울릉도 순환도로 뿐 아니라 터널 안 60m까지 들어가 있는 사진도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알려졌다.
해양물리학을 전공하고 울릉도와 독도주변 바닷물순환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쓴 그는 2014년부터 울릉도에 주재하며 해양연구를 하고 있다. 김 대장은 "더 세진 가을태풍이 많아지고 있다"며 대응방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1951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225개로 연평균 3.26개"라며 "인제대 연구팀에 따르면 6, 7, 8월 태풍의 빈도는 감소하고 있지만 9, 10월 가을 태풍은 2003년 이전에 비해 1.6배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풍에 의한 강풍 영역도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뚜렷하게 넓어지고 있고, 순간 최대풍속도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뚜렷히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인은 무엇일까. 한반도 주변과 북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가을까지 태풍 에너지원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게 꼽힌다.
김 대장은 "울릉도 연간 표층수온의 경우 20℃ 이상인 날짜가 70일에서 최근 130일로 50일 정도 증가했다"며 "과거에는 7, 8월에만 20℃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6월과 9월도 2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 주변 수역 표층수온이 1.2~1.7도 정도 높아졌다"며 "해양과학기술원 예측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100년 동안에는 최소 2도, 많게는 4도까지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라 불리는 기후변화의 시기에 섬과 연안, 해양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없으면 달라지고 있는 태풍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장은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북쪽을 제외하고 내륙으로 들어오는 모든 대기현상들이 바다를 건너온다"며 "아무리 좋은 기상예보도 해양 상층에 대한 정확한 관측 없이는 정확도를 개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데, 동해 넓은 바다에 기상청 해양기상부이가 5대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울릉도에는 기상을 관측하는 기상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관측소 수준으로 축소됐고, 국가재난방송국인 KBS도 중계소 수준으로 조직과 인력을 축소했다"며 "독도해양연구와 울릉군 해양수산업 발전 차원에서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해양과기원의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도 7년째 국비 지원없이 지방비로만 운영하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인한 울릉도 독도 피해 현장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국무총리와 해양수산부 장관, 지역국회의원 등이 울릉도를 방문하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김 대장은 "최근 사회적 관심은 당혹스러울 정도"라며 "지금 모습이 일시적 바람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파괴된 울릉도 독도의 방파제와 접안시설 등 해양구조물을 복구하고 제작할 때 시설물 기준도 변화하는 태풍에 맞춰 더 강화해야 한다"며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라는 사실을,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