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또 녹조대란 오나?

낙동강 녹조사태, 6월 말부터 예견됐다

2020-09-16 11:11:51 게재

함안보 '칠서' 지점 6월 말 유해남조류 5만9228셀

낙동강네트워크 "보 개방 못하면 환경부장관 사퇴"

유례 없이 긴 장마와 폭우가 끝난 뒤 8월 말부터 낙동강의 유해남조류가 급증하고 있다. 녹조 수치를 나타내는 유해남조류 세포수는 1㎖에 1000셀 이상이면 '관심', 1만셀 이상이면 '경계' 단계에 해당한다.

9월 10일 현재 △상주보 4441셀 △낙단보 6382셀 △구미보 5511셀 △칠곡보 1만6637셀 △강정보 1만1865셀 △달성보 1만2347셀 △합천보 6277셀 △함안보 6282셀 등 여러 지점에서 '관심' 단계를 넘어 '경계' 단계로 진입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 '보 모니터링' 메인화면을 보면 대구 강정보를 포함해 하류에 있는 4개 보는 모두 '수문 개방' 상태로 표시된다. 그러나 이 4개의 보들은 여전히 '관리수위'(만수위)에 육박하는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찔끔 개방'이다.


환경부는 9월 1일 "장마 직후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녹조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그러나 평년 대비 발생량은 적은 상황이며 완전 개방한 금강 3개 보에서는 녹조가 출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갈 경우 강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녹조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체류시간이 긴 호소에서는 남조류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장마철 전 낙동강에는 이미 경계 단계를 넘어선 녹조가 발생한 상태였다. 환경부 수질측정망 지점 자료를 보면 △6월 29일 구미보 4만6000셀 △7월 6일 강정보 1만7108셀 △7월 6일 합천보 2만7176셀 △6월 29일 함안보 '칠서' 지점 5만9228셀 등으로 이미 6월부터 '경계' 단계를 넘었다. 칠서 지점은 창원·거제지역 상수원이다.

◆환경부 녹조사태 대응, 매년 되풀이 = 남조류는 유속이 느리고 인과 질소와 같은 영양물질이 풍부한 환경에서 번성한다. 수온이 25℃ 이상으로 올라가고 햇빛양이 늘어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지형적 영향으로 체류시간이 긴 낙동강 보 구간의 경우 매년 장마철 이후 빗물로 유입된 영양염류와 폭염이 만나 녹조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낙동강 녹조사태에 환경부 대응은 매년 똑같은 수준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조류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조류대응 상황실을 각 유역청·지방청에서 운영하고, 관계기관과 협업하여 하·폐수처리시설과 야적퇴비 등 오염원 점검을 강화하고 …"

"취·정수장에서는 조류차단막 설치, 수류분사장치 및 수중 폭기장치 가동, 취수구 이동, 원수·정수에 대한 조류독소 검사, 활성탄 교체주기 단축 등…"

"폭염이 계속 이어지면 녹조 발생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녹조 발생 상황을 지켜보면서 철저히 대응하겠다."

이런 판박이 대책에 낙동강 유역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낙동강네트워크'가 발끈하고 나섰다. 낙동강네트워크는 15일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보 수문 못 여는 환경부장관 사퇴'까지 거론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인 '4대강 보 수문 개방'은 녹조 예방을 위해 수문을 상시개방을 하는 것이었다"며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1300만 주민들이 있는데 3년째 낙동강 보 수문도 못 여는 환경부장관은 의지와 자신이 없으면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동강은 1300만의 식수원" = 4대강사업은 이명박정부 당시 형식적이지만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쳤다. 평가 과정의 핵심 쟁점은 '수질'이었다. 흐르는 강물을 막을 경우,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당시 국토부가 제시한 해결방안은 '가동보 개방'이었다. "녹조 발생 등 수질악화시 가동보 구간을 열어 강물이 흐르게 하겠다"는 아주 원론적인 대응방안이었다. 이재오 전 의원 등은 지금까지도 이 논리를 내세운다.

2011년 10월 22일 4대강 16개 보가 준공된 지 9년이 지났다. 그동안 매년 되풀이된 녹조사태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8개 보는 가동보 수문을 활짝 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문재인정부 들어 물관리가 일원화되고 수자원공사가 환경부로 조직을 옮긴 뒤에도 마찬가지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 '보 모니터링' 메인화면을 보면 대구 강정보를 포함해 낙동강 하류에 있는 4개 보는 모두 '수문 개방' 상태로 표시된다. 그러나 이 4개의 보들은 여전히 '관리수위'(만수위)에 육박하는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찔끔 개방'이다.

'녹조 발생 등 수질악화시 가동보 구간을 열어 강물이 흐르게 한다'는 가장 원론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흐르는 강물에는 녹조가 끼지 않는다. 시민사회가 환경부의 존재이유를 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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