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취급작업 안전에 ‘큰 구멍’
산안법 시행령에 관리대상유해물질 심사대상서 누락
치명적 입법 실수 … 경사노위 결정도 7개월째 ‘감감’
노동자에게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유해물질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렸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전부개정하는 과정에서 ‘관리대상유해물질’을 빠트리는 입법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산안법 제48조 제2항은 유해위험기계·설비에 대해 일정한 경우 유해위험방지 사항을 적은 계획서(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작성해 고용부장관에게 제출하고 심사받도록 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대상 기계·설비는 시행규칙에 위임했다. 정부는 2019년 12월 시행령·규칙을 전부개정하며 기존의 대상사업인 △허가대상유해물질 △관리대상유해물질 △분진 작업관련 설비 중 관리대상유해물질을 빠트렸다.
관리대상유해물질이란 ‘노동자에게 상당한 건강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상의 조치가 필요한 물질류’를 말한다. 니트로글리세린 등 유기화합물 117종, 구리 및 그 화합물 등 금속류 24종, 개미산 등 산·알칼리류 17종, 불소 등 가스상태 물질류 15종 등 총 173종에 달한다.
법령상 이 물질을 다루려면 국소배기장치, 밀폐설비, 전체 환기설비 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고, 이 설비를 설치·이전하거나 그 주요 구조부분을 변경하려면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작성해 고용부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고용부가 해당 규정을 시행규칙에서 시행령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유해물질 관련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관리대상유해물질 관계설비를 빠트리고 허가대상유해물질과 분진 작업설비만 포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관리대상유해물질 관련 설비가 시행령에서 누락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령 전부개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런 잘못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지난 3월초 의결한 ‘중소기업 안전보건 강화를 위한 노·사·정·전문가 중심 태스크포스팀(TFT)’을 7개월이 지나도록 구성하지 않았다. 앞의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며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안전보건문제는 이슈도 많고 문제가 많아 방안 마련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구성 자체가 시급하다. 정 교수는 “구성은 비대면으로 바로 할 수 있고, 회의도 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구성조차 하지 않은 것은 경사노위 결정을 뭉개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