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高所)로프작업, 법적보호 사각지대 방치
최근 10년간 134명 추락사 … 가장 위험한 작업
고용부, ‘달비계’규정 잘못 적용 … 되레 위험조장
건물외벽 도색이나 빌딩유리창 청소와 같이 로프에 매달려 하는 고소(高所)로프작업 중 추락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고소로프작업 추락사망자는 134명에 달했다. 고소로프작업은 사망으로 이어지기 쉬운 가장 위험한 작업이지만 법적 안전장치는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다.
고용부는 고소로프작업을 ‘달비계’작업으로 보고 안전보건규칙 제63조를 적용해왔다. 안전보건공단도 법적 근거가 없는 ‘코샤 가이드(KOSHA Guide)’를 통해 ‘달비계 안전작업 지침’을 작성해 홍보해 왔다.
비계는 건축공사시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가설물로 재료운반이나 작업발판으로 사용된다. 달비계(hanging scaffold, suspended scaffold)란 교량공사 등에 작업발판을 달아매는(위에서 달아 내린) 비계로서 고소작업용 비계이다. 건물외벽 도색작업 등에 사용되는 작업의자(작업대)는 작업발판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소로프작업에 사용하는 기구를 비계라고 하지도 않는다.
고소로프작업에 달비계 규정을 적용하면 건물외벽 도색이나 빌딩유리창 청소업체는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 실제 달비계를 설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규정을 준수하면 오히려 작업이 위험하게 되는 결과까지도 초래될 수 있다. 고소로프작업시 작업에 따라서는 작업대를 이용하는 것보다 전신용 벨트(full body harness)를 착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는데 현행 규칙은 전신용 벨트 착용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은 2006년 발행한 ‘산업안전보건 용어사전’에서 달비계를 ‘매달린 비계’를 뜻하는 ‘hanging scaffold’란 용어로 설명한 반면, 2016년 ‘달비계 안전작업 지침’에서는 ‘갑판장의 의자’를 뜻하는 ‘Boatswain’s Chair, Bosun’s Chair’를 사용해 스스로 헷갈려했다.
선진국은 고소로프작업과 달비계작업을 엄격히 구분해, 고소로프작업에 달비계규정이 아닌 별도의 규정을 적용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고소로프작업에 대한 별도규격을 개발해 적용해 오고 있다.
고용부는 고소로프작업에 달비계 규정을 적용하는 문제와 향후계획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고소로프작업에 달비계 규정을 적용하는 건 행정기관의 비전문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잘못된 법적용 사례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고소로프작업에 맞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