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천 아래 서강은 멸종위기종 보고
"영월 한반도습지 아래 서강, 람사르습지 확대지정해야"
'꾸구리' '돌상어' '묵납자루' '가는돌고기' '어름치' 집단서식
서강 여울은 '꾸구리' '돌상어' 등 국내 최대 서식지로 추정
"꾸구리! 꾸구리가 나왔어요!"
성무성(순천향대 생명과학과 대학원) 학생이 소리쳤다. 이 소리에 민물고기 관찰을 지원하러 나온 쌍용양회 폐기물매립장 반대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무슨 일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강에서 여러 차례 민물고기 조사가 있었지만 멸종위기 2급 '꾸구리'(Gobiobo tia macrocephala)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꾸구리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예성강 한강 임진강 한강 금강에만 분포한다. 하천 중상류의 자갈이 깔리고 물살이 빠른 여울에 살고 수서곤충을 주로 먹는다. 돌상어와 비슷하지만 눈꺼풀이 있어 밝은 곳에서는 고양이처럼 실눈을 뜨는 특징이 있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자세한 설명에 주민들은 "서강을 지켜낼 수 있는 큰 힘을 얻게 되었다"며 반가워했다.
주민들은 "이곳은 매립장이 아니라 후손들을 위한 생태박물관으로 잘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어름치보다 꾸구리가 더 중요" = 10월 31일 쌍용양회(주) 산업폐기물매립장 추진지 아래 민물고기 조사 현장. 채병수(담수생태연구소) 송호복(한국민물고기생태연구소) 박사팀이 진행한 1·2차 조사에 이어 세번째 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 조사에서 매립장 추진지에서 내려오는 쌍용천과 서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에서 멸종위기 2급 민물고기인 '묵납자루'(Acheil ognathus signifer 15마리) '돌상어'(Gobiobotia brevibarba 13마리) '꾸구리'(Gobiobotia macro cephala 2마리) '가는돌고기'(Pseudopungtungia tenui corpus 1마리)가 확인됐다. 이 지점에서는 '줄납자루'(12마리) '돌고기'(3) '쉬리'(16) '참중고기'(3) '모래무지'(6) '참갈겨니'(6) '피라미'(32) '대륙종개'(1) '참종개'(2) '동자개'(2) '퉁가리'(18) '꺽지'(17) '얼룩동사리'(6) '밀어'(3) 등도 확인됐다.
이날 오후 이곳에서 조금 더 하류로 내려간 서강 여울에서는 30여분 만에 멸종위기 2급 '묵납자루'(70마리) '돌상어'(35) '꾸구리'(14) '가는돌고기'(2)가 확인됐다. '새코미꾸리' '미유기' '동사리' 등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날 조사에는 조성장 보령민물생태관 관장, 장지왕 자연환경복원연구원 차장,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국장, 성무성 순천향대 생명과학과 대학원생, 최이든 용산고 2학년 학생이 자원봉사로 참여했다.
조사를 주도한 조성장 관장은 "30분 동안의 짧은 조사에서 '묵납자루' '돌상어' '꾸구리' '가는돌고기'와 같은 멸종위기 어류가 다량으로 확인된만큼, 이 일대가 국내 최대 꾸구리 돌상어 서식지일 가능성이 크다"며 "천연기념물 '어름치'보다 생태적으로 더 중요한 '꾸구리'가 집중적으로 발견된 이 일대는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가치 충분" = 쌍용양회(주) 산업폐기물매립장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현지조사 결과 법정보호종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묵납자루' 1종이 확인되었다"고 서술한다. 평가서 초안은 산업폐기물매립장 예정지 인근 쌍용천만 조사한 것이다.
쌍용천과 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 2km 상류에는 2015년 5월 13일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한반도습지가 있다. 2012년 4월부터 10월까지 원주지방환경청과 강원대의 한반도습지 어류조사 결과 법정보호종은 천연기념물 제259호 '어름치'(Hemibarbus mylodon), 멸종위기 2급 '묵납자루' '가는돌고기' '돌상어' 4종이 확인됐다.
2014년 1월부터 12월까지 국립환경과학원이 한반도습지를 대상으로 습지보호지역 정밀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묵납자루' '가는돌고기' '돌상어' 3종만 확인됐다.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는 "1~3차 어류 조사를 정리해 서강 일대 민물고기 서식 실태 보고서를 낼 예정"이라며 "한반도습지에서 서강 여울부에 이르는 보다 긴 구간을 람사르습지로 지정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