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 중복규제 심각

2020-11-16 11:45:16 게재

선진국은 창구 일원화, 한국은 이원화

노동자보호 산안법, 주민·환경보호 환경부로

같은 화학물질과 시설에 대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화평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가 중복 적용되고 있다. △화학물질 정보제출 △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기준 및 검사 △화학사고 예방보고서 △화학물질 관련 안전교육 등에서 환경부와 고용부 소관 법률에서 각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MSDS 노동부 제출제도 한국만 있어 = 우리나라는 동일한 화학물질 정보를 화평법, 화관법, 산안법상 서로 다른 양식에 작성해 환경부와 고용부에 각각 제출해야 한다. 규제대상 화학물질은 131만여종에 달했다. 특히 제조·수입하는 화학물질 명칭, 함유량 등을 기재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두 개 부처에 중복적으로 제출하는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에 따르면, 제조·수입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노동담당부처에 제출하는 국가는 없다. 선진국은 제조자·수입자에 의한 화학물질의 양도·제공 및 작업현장 노동자의 화학물질 노출을 최소화화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과 대비된다. 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설치하는 경우도, 우리나라는 동일한 시설에 대하여 각 법률에 규정된 기술기준을 각각 준수해야 하고, 외부기관으로부터 검사 또는 확인을 받아야만 시설가동이 가능하다.

선진국의 경우 화학물질 취급시설 허가제도를 운영하더라도 한 개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고(독일), 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 시 여러 개 부처의 기술기준을 준수해야 하거나 중복검사를 하는 국가는 발견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위험 큰 사업장만 제출 = 우리나라는 사업장내 동일한 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해 각 법률에 따라 유사한 보고서를 환경부와 고용부에 제출해 심사받고, 주기적인 보고서 이행상태평가도 받아야 한다. 선진국은 작성 내용상 중복되는 항목은 최소화돼 있으며 보고서 이행상태평가(등급평가)도 하지 않는다.

화관법상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는 환경부에 제출한다. 산안법상 '공정안전보고서'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고용부에 제출해 심사받아야 하고, 정부로부터 주기적인 보고서 이행상태평가도 받아야 한다. 2021년 4월 시행예정인 화관법에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를 하나로 통합하고 산안법상 공정안전보고서와 중복되는 서류는 생략하도록 했지만, 사업장은 여전히 2가지 보고서 자체를 각각 작성해 환경부와 고용부에 제출하고 심사받아야 한다.

독일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위험요인이 많은 사업장에 한해 안전보고서와 사고발생시 비상대응 체계, 비상계획을 각각 제출해 심사받는다.

◆안전교육도 따로따로 받아야 = 또 우리나라는 화관법과 산안법에 따라 사업장 노동자가 화학물질 관련 안전교육을 중복으로 이수해야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하나의 법정 교육제도만을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은 화학물질 사고로부터 인근주민과 환경보호를 위한 화학물질제도는 환경부처가 담당하고, 사업장내 노동자 보호와 관련된 시설 안전관리제도는 노동부처가 담당하는 체계로 구성·운영하고 있어 중복규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진우 교수는 "국회와 정부부처가 규제의 실효성, 중복규제 여부를 생각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안전규제가 지키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행정기관에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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