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작업시 안전모·2인1조·안전대 의무화 … 비현실적
법령 근거없는 고용부 지침 … 법치행정의 원칙 위반
산업현장도 감독관도 ‘난감’ …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1.2m미만 사다리작업시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하라’, ‘1.2m이상 사다리작업시 2인1조로 작업하라.’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9년 3월 18일 발표한 ‘이동식사다리 안전작업지침 개선방안’ 중 일부다. 현장에선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지침이 강요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비현실적 내용은 또 있다. 2m 이상 사다리작업시는 ‘안전모+2인1조’에 더해 안전대까지 착용해야 한다. 작업높이가 2m 이상이면 무조건 안전대를 착용하라는 것은 지킬래야 지킬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안전대를 걸 만한 곳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용부 지침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인 안전보건규칙은 이동용사다리는 오르내리는 통로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2019년 1월 1일부터 사다리작업을 전면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현장의 반발이 터져나오자, 고용부는 일부작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위 지침을 발표했다.
고용부 감독관이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고 처벌하려고 해도, 당사자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하면 처벌할 수 없다. 고용부가 사다리작업 안전기준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법령인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 이에 명시해야 한다. 법령은 그대로 둔 채, 지침으로 사다리작업시 안전기준을 정한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지침에 의한 허용은 법치행정의 원칙을 무시하는 ‘지침행정’으로 기본권보장과 실효성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은 당연히 사다리작업을 금지하는 법령이 없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의 ‘사다리작업기준(Safe use of ladders and stepladders)’은 “사다리는 보건안전법상 금지되지 않는다. 사실 그것들은 위험성이 낮고 단기간 작업에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사항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안전한 사다리작업을 위한 상세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안전모, 2인1조, 안전대착용을 획일적으로 강제하지도 않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현실성 없는 기준, 그것도 법적근거 없는 내용의 지침으로는 사다리작업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고용부는 법령에 반영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개정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며 “선진국이 사다리작업시 추락방지대책을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