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옆에 산업쓰레기매립장?

고능리 팔색조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2020-12-02 12:51:35 게재

5월 20일 연천군 조사 "5쌍 이상 번식 추정돼" … 5월 30일 평가업체 조사 "팔색조 소리 못들어"

"이상합니다. 팔색조는 특유의 높은 휘파람소리 때문에 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어요. 번식기의 팔색조가 둥지를 버리고 떠났을 이유가 없는데?"

5월 19·20일 이틀 동안 경기도 연천군 의뢰로 전곡 고능리 산업쓰레기매립장 추진 예정지 생태조사를 한 '새와생명의터' 나일 무어스 박사의 말이다. 나일 무어스 박사는 "조사 당시 최소 5쌍 이상의 번식이 추정될 정도로 많은 개체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며 "팔색조 소리는 해가 뜨기 전, 해가 지고 난 뒤에 가장 잘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 "6월 7월까지 팔색조 관찰돼" = 나일 무어스 박사팀의 긴급조사 결과는 연천군을 통해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으로 전달됐다.

한강청은 5월 27일 사업자 측에게 소규모환경영향평가 2차 보완지시를 내렸다. 한강청은 보완요구서에 팔색조 관찰 위치(지도 첨부)와 조사시간까지 명기하고 '팔색조' '참매' '붉은배새매' '잿빛개구리매' '소쩍새' 등 법정보호종 서식실태 여부를 다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보완지시를 받은 평가업체 측은 5월 30·31 이틀 동안 제4차 생태조사를 했다. 조류 조사는 5월 30일에는 오전 11시부터 21시 30분까지, 31일에는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했다. 2차보완서에서 평가서를 작성한 업체측은 "4차조사에서 '삵'(멸종위기2급), '새매'(멸종위기2급. 천연기념물), '소쩍새'(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 3종과 '도롱뇽'(경기도 보호종)이 확인됐다"며 "연천군 조사에서 제시한 '붉은배새매' '참매' '잿빛개구리매' '소쩍새' '팔색조' 중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종은 '소쩍새' 1종"이라고 서술했다.

2차보완서는 4차 현장조사 5일 뒤인 6월 5일 한강청에 제출됐다. 2차 보완서의 대부분은 2019년 8월에 시행한 3차 현장조사로 채워졌다. 3차 현장조사 당시 한 연구원은 이틀 동안 같은 시간에 포유류·조류·양서파충류·육상곤충을 한꺼번에 조사했다. 현장조사표에 조사지점 좌표는 기록되지 않았다.

4차 현장조사를 했던 업체 관계자는 "팔색조 소리는 워낙 잘 구별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들었다면 반드시 확인했을 것"이라며 "5월 30일은 밤 늦게까지, 31일은 오전 일찍 현장조사를 했지만 팔색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일 무어스 박사팀과 함께 고능리 일대 생태조사를 했던 '한탄강지키기운동본부' 백승광 대표는 "5월 19~20일에 이어 6월 4일과 5일, 7월 6일에도 팔색조 대여섯마리의 소리를 들었고 두번은 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며 "평가업체가 조사한 5월 30일~31일 이틀 동안에만 팔색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팔색조. 사진 환경부 제공

◆ 현 체육시설부지, 매립장 불가 = 한강청의 보완요구(2020년 5월 27일)는 사업대상지 인근에서 발견된 구체적인 생물종과 위치정보까지 명시해서 "법정보호종 서식 여부를 확인하라"고 한 것이다.

이런 보완요구에 평가업체측은 이틀 동안의 현장조사(5월 30~31일)를 한 후 "소쩍새 이외에는 관찰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2차보완서(6월 5일)를 제출했다. 2차보완서는 일주일 뒤인 6월 12일 '조건부동의'로 협의됐다. 조건부동의에는 "향후 공사중 법정보호종이 발견될 경우 즉각 공사를 중지하고 서식지를 보호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한강청 환경평가과 담당자는 "협의가 많이 지연된 건인데 협의 막판에 연천군이 생태조사 결과를 제출해 더 지연됐다"며 "협의조건에 법정보호종 발견시 공사중단 등의 단서를 붙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대상지 인근에 한탄강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과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이 있어서 생태계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해당 부지는 골프장으로 조성된 연천군 군관리계획시설(체육시설)로 준공된 시설로,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나일 무어스 박사는 "이곳은 지금까지 알려진 한반도, 어쩌면 세계 최북단에서 발견된 팔색조 집중 번식지로 보인다"며 "세계적으로 취약(IUCN 2020) 등급으로 분류되는 팔색조는 농경지 확장, 벌목, 산림훼손으로 인한 번식지 감소가 최대 위협요인"이라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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