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물 만드는 사람들 | 백영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지방환경연구사

"고도정수처리로 맛·냄새물질 잡아"

2020-12-30 11:56:59 게재

정수센터 유지관리 지원 … 미래 대비 연구도

"물이 땡땡 얼 정도 추위에도 이 길을 얼마나 다녔나 몰라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요즈음도 마찬가지다. 백영애(사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지방환경연구사는 광진구 구의동 서울물연구원과 쪽문을 사이에 둔 구의아리수정수센터를 수도 없이 오간다. 물연구원 수도연구부 수처리연구과에서 일하지만 실질적인 연구는 정수센터 한켠에서 이루어진다. 서울시내 각 정수센터 고도정수처리시설을 1/1만 크기로 축소한 실증 시설이다.

"수돗물 맛·냄새 민원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불검출'에 가까워요. 외부 전문가들이 마련한 서울시 자체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죠."

백 연구사는 2010년 도입한 고도정수처리시설에서 원인을 찾는다. 한때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 과도한 시설을 도입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맛·냄새 물질 제거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기후변화로 물 예측이 어려워진 지금은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에 안도할 정도다. 그는 "맛·냄새 물질은 봄철에 일정기간 발생했는데 2010년 이후에는 계절구분이 없고 발생일수도 가늠이 안된다"며 "서울시는 운 좋게 2010년부터 도입, 현재 전체 정수센터에서 고도정수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서울시에 첫발을 디딘 그는 취수장부터 정수장까지 물 만드는 공정 전체를 연구하는데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고도정수처리 분야 전문가다. 서울시에서 고도정수처리를 준비하던 당시부터 연구에 합류, 2006년 설계기반을 제공했다. 2011년에는 '고도정수처리에서 입상활성탄의 운영인자 및 재생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수센터 현장마다 조건이 달라요. 영등포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면서 시행착오가 줄어 차이가 생기기도 했구요."

각 정수센터별로 설계할 때 다른 공법을 적용했고 품질기준만 만족하면 되는 오존발생기나 활성탄도 시설마다 차이가 있다. 그만큼 현재 시설 개선과 관련한 그의 연구가 이어진다. 2017년 환경부에서 등록한 잔류 오존 제거 처리제는 그 결실 중 하나다. 제약분야에서 사용하던 포도주 방부제를 활용한 연구를 3년 가량 진행, 인체에 안전한 방식을 개발했고 지난해부터 암사정수센터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

정수센터를 보다 경제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미래를 대비한 연구도 한창이다. 현재 물 여과를 위해 사용하는 활성탄 대체물질을 찾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활성탄은 6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하거나 재생하는데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고 가격변동이 크다"며 "기술 국산화를 위한 시험장을 제공하고 자외선 소독시설 등 대체 가능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도정수처리시설 운영지침 제공 등 현장에 도움이 되는 활동 역시 그의 몫이다. 백영애 연구사는 "물연구원의 고객은 서울시민들에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정수센터"라고 덧붙였다.

["서울물 만드는 사람들"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