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여울 작가 겸 문학평론가

'인문학의 힘' 강의합니다

2021-01-21 00:00:01 게재

책임감 리더십 갖춰야 할 군간부

인문학에서 삶의 지혜 찾을 수 있어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죠. 꼿꼿하게 앉아계시고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셔서요. 나중에 담당자들로부터 들었는데 '데미안'이나 융 심리학, 빈센트 반 고흐 관련 이야기, 제가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심리학 입문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군간부 인문독서강좌에 3년째 참여하고 있는 정여울 작가 겸 문학평론가의 말이다. 정 작가는 군간부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업의 취지에 공감해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군간부들과 나누고 있다. 내일신문은 19일 정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군간부 인문독서강좌에서 어떤 내용을 강의하세요?

제 책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 형식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인문학의 힘'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심리치유에세이), '헤세'(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비롯한 여러 명작 읽기와 헤르만 헤세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행을 한 이야기), '빈센트 나의 빈센트'(빈센트 반 고흐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장소에 얽힌 여행 체험과 고흐가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저 자신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를 치유해온 이야기) 등 저의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어요.

책을 차분히 읽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 군간부들에게 '읽고 쓰는 일'에 대한 그리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읽기와 쓰기 강좌도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 책 내용에서 심화해서 '읽고 쓰는 일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군간부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책을 읽고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인문학 공부는 결국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는 시간이거든요.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것,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상처를 돌보는 것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감성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나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강인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감성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요. 권력이나 질서, 제도나 논리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삶의 문제를 풍요로운 감성의 프리즘으로 비춰보는 크고 깊은 관점을 제공해주는 것이 인문학의 힘입니다.

■코로나19로 군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인문학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코로나19와 비슷한, 어쩌면 더 큰 문제와 맞닥뜨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군간부들은 자신들의 문제뿐 아니라 무거운 책임감과 리더십을 요구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인문학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 일이 절실합니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밀리의 서재에서 단독 선출간되었던 '1일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학365'가 곧 정식 출간될 예정이고 저의 영원한 멘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향해 떠났던 여정과 생태주의적 비전에 대한 책을 준비 중입니다. 저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글쓰기 강연 노트,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서적도 준비 중이고요.

읽기와 쓰기를 늘 쉬지 않고 하는 사람들은 결국 어떤 인생의 장애물에도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갖게 됩니다. 그 힘을 믿고 저도 진정한 나 자신을 되찾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생각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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