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현직 국회의원이란 사실, 피해자될 수 없음 의미하지 않아"

2021-01-26 10:59:34 게재

성추행 피해자임을 알린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결코 제가 피해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25일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입장문'을 통해 "어떤 여성이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 누구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피해자는 어떤 모습으로나 존재할 수 있다"면서 "피해자는 여러분 곁에 평범하게 존재하는 모든 여성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며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현재 일어나는 성범죄의 98%가 남성들로부터 저질러지며 그 피해자의 93%는 여성들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누구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데 실패하는 순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그가 아무리 이전까지 훌륭한 삶을 살아오거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고도 했다.

이어 "그토록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남성들은 대체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자신과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점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이 질문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 구제방안과 관련해서는 "가해자의 사실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죄, 그리고 책임을 지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가해자 스스로가 이를 거부한다면 사회가 적극 나서서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수많은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도 잘못을 뉘우치고 그 회복을 돕기보다는 피해자와 사실을 두고 다투거나, 진실이 드러난 뒤에도 오직 자기 안위를 챙기기에 급급하거나, 책임있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사죄하는 대신 죽음으로까지 도피하며 피해자를 더 큰 고통으로 밀어넣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을 밝힌다"며 "피해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저에게 닥쳐올 부당한 2차가해가 참으로 두렵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며 "만일 피해자인 저와 국회의원인 저를 분리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원히 피해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저는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합니다.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정의당은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진단할 것"이라며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대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오승재 대변인은 "우리 일상에 깊이 뿌리 내린 성폭력 문제는 정치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우리의 발걸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장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신고를 받고 1주일간 조사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에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행위로만 규정하지 않는다"며 "조직문화가 성차별·성폭력을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당 젠더인권본부장을 겸하는 배 부대표는 "구체적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고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음주 여부에 대해서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 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한다. 그러니 음주는 이 사건과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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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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