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 | 서울 마포구 '걷고 싶은 길 10선'

주민도 몰랐던 숨은 매력 관광자원으로

2021-02-24 11:18:49 게재

자연·문화체험·먹거리 한데 연계

주민·전문가·관광객 함께 다듬어

"상암동이라고 하면 흔히들 디지털미디어시티(DMC)만 생각해요. 매봉상암길을 걸으면 한강부터 해서 마포의 달라진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초등학교때 매봉산에서 봤던 서울 전경에 월드컵경기장 문화비축기지가 더해지고…."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주민들과 함께 조선시대 한강 대표 나루였던 마포나루의 흔적과 갈매기골목 공덕시장 등 다양한 먹거리를 연계한 '마포나루길'을 걷고 있다. 사진 마포구 제공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민 김종학(58)씨는 시간이 날 때면 '매봉상암길'을 걷는다. 해발 93m 야트막한 언덕같은 매봉산에서 상암DMC까지 이어지는 4.5㎞ 구간은 평일에도 가벼운 산책 겸 운동에 나선 주민들, 점심시간을 활용해 한숨 돌리는 마포구 공무원 등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마포구가 코로나19로 급속히 확산되는 비대면 문화에 발맞춰 '마포 걷고 싶은 길 10선'을 선정해 다듬어가고 있다. 주민들에는 내 고장의 숨은 매력과 사색을 통한 치유시간을 선물하고 관광객들에는 다양한 관광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걷기는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 등 효과가 있어 '만병통치약'이라 불릴 정도"라며 "코로나19로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즐길 수 있는 걷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난 관광지에 주민들도 제대로 눈에 담지 않았던 숨은 명소, 지역 이야기가 담긴 곳 등을 주제별로 엮어 10개 구간에 담았다. 철길따라 걷는 산책길 '경의선 숲길', 계단 넘어 쉼을 찾아가는 '아현동 고갯길', 고즈넉한 성미산자락 동네산책길 '성미산 동네길' 등이다.

'매봉상암길'은 그 중 10번째 구간이다. '붉은 악마'의 함성이 생생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출발해 매봉산 자락길을 걷다보면 가까운 월드컵경기장부터 석유창고에서 문화곳간으로 탈바꿈한 문화비축기지, 한강과 월드컵공원 등 마포구 전경부터 멀리 남산과 영등포구 여의도, 송파구 잠실까지 서울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자락을 돌아 내려오면 한국 방송문화 중심지 상암동이다. 주요 방송국과 한국영상자료원, e스포츠경기장 등 건축물과 갤러리 체험공간 등 분위기가 확 달라진 첨단도시 속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즐비하다.

걷고 싶은 길은 어느 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마포 전역이 고르게 포함돼있다. 대부분 지자체가 선정하는 걷기 길처럼 자연에 쏠려있지도 않다. 마포구 관계자는 "관광 문화 체험 쇼핑 먹거리 등을 연계해 관광자원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며 "동네 토박이들도 잘 몰랐던 공간에 놀라고 해당 명소 관계자가 자연스럽게 해설사로 나서는 선순환 효과도 벌써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민과 여행전문가 관광객 등 이용자들과의 소통에 기반해 완성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10선을 정하기 전에 22개 후보지를 추천받아 여행전문 잡지사와 마포 문화관광해설사 등이 긴밀히 협력, 6개월여에 걸쳐 노선별 사전 조사와 현장 확인 등을 거쳤다.

지난해 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시기에는 유동균 구청장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6회에 걸쳐 걸으며 숨은 장점을 찾고 보완해야 할 부분을 살폈다. 매봉상암길을 함께 걸은 김종학씨만 해도 "주택가 먹자골목 등 아는 사람만 아는 곳들이 있는데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추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올해도 코로나 상황에 맞춰 주민들과 함께 걷는 등 매년 봄과 가을 걷기대회를 계획 중이다. 구간별 기본 정보를 담은 안내책자와 포털사이트 등에 이어 걷고 싶은 길을 추억할 기념품 등 관광객들을 유인할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걷고 싶은 길은 완성형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듬고 보완해가는 것"이라며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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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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