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3)산업변화에 맞추는 아우스빌둥
환경 변화에 독일 제조업 디지털 전환 가속
아우스빌둥도 변화로 조응 … 기업 훈련자치, 현장중심, 사회적 파트너십 등 철학과 원칙 고수
코로나19 감염병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교란이라면 극복하더라도 코로나 버전2, 버전3와의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감염병은 비대면 사회를 촉진해 4차산업혁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혼돈과 변화의 시대, 독일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의 시사점을 소개한다.
독일은 제조업 부흥과 혁신을 위해 2006년부터 '하이테크 전략'과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정책비전을 제시하면서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에도 디지털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일·중 경쟁 속 독일 제조업 부가가치 하락 = 독일의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과 중국 등의 부상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 환경변화가 가장 큰 동인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일본이 첨단제조업을 육성하고 제조업 부흥계획을 본격화하는 것도 독일이 제조업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다. 독일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다. 2019년 기준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23%에 이른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독일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95년 8.9%에서 2011년 6.5%로 떨어졌다. 인구 노령화로 생산인구가 2013~2025년까지 500만명 감소하는 것, 에너지자급률이 미국의 절반 수준인 40%에 머물러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야 하는 것도 디지털화 원인이다.
◆디지털 기술로 '제조업 10대 정책' 추진 = 디지털 기술은 기업 수익을 늘일 뿐 아니라 국가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요소다. 독일은 국내외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전반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기계·장비, 화학, 의료, 우주항공산업 등 제조업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산업경쟁력을 높인다. 또 정보통신(IT)과 소프트웨어, 로봇기술과 센서 네트워크 부문에서 기술혁신을 하면서 디지털화 10대 정책방향을 범 부처 합동으로 추진 중이다.
디지털 10대 정책은 △인더스트리 4.0 △노동 4.0 △소비자 정책 4.0 △디지털 전문지식 △공정한 경쟁 △데이터 주권·보호 △중소기업 육성 △첨단 디지털 기술개발 지원 △디지털 활용·참여 △저작권 보호다.
◆디지털화에 필요한 인력양성 = 디지털화는 새로운 산업인력 수요를 만든다. 독일은 디지털화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위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치밀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화 시대 새로운 기술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의 숙련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직업훈련과 직무훈련을 관리한다. 훈련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훈련결과를 관리하는 자격검정 방식도 바꾼다.
◆미래 숙련수요 조기인식 시스템 = 훈련제도의 운영을 담당하는 정부는 산업수요에 발빠르게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미래 숙련수요 조기인식시스템'으로 노동시장 동향을 탐색한다.
기존의 직업훈련을 점검하면서 필요한 새로운 직업훈련을 설계한다. 기존 직업훈련의 훈련프로그램을 수정, 보완하기도 한다. 디지털화로 새로운 직업훈련과 추가돼야 할 프로그램이 찾아지면 훈련 시행의 법적인 근거인 '훈련규정'을 개정한다.
디지털화 과정에서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다수의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독일의 디지털화는 기존 직업의 직무가 변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속전자업종 아우스빌둥 프로그램 개편 = 독일의 주력산업인 금속 및 전자산업의 아우스빌둥은 기존 훈련프로그램에 '작업의 디지털화' '정보보호 및 데이터 보안'을 주요 훈련항목으로 추가했다. 이를 해당 산업 11개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추가된 훈련 프로그램은 방대하다. △표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주문 관련 문서 및 기술문서 작성 △데이터 및 문서 관리, 교환, 보안과 보관 △데이터 입력, 처리, 전송, 수신 및 분석 △데이터 보호 규정 적용 △주문 계획, 주문 처리 및 일정 수행을 위해 정보시스템 사용 △디지털 네트워크에서의 정보 검색 및 정보 입수, 정보 평가 △디지털 학습미디어 사용 △ 정보보호 목표에 가용성 완전성 기밀성 신뢰성 등 고려 △데이터 매체, 전자메일, IT 시스템 및 웹 사이트 사용에 관한 기업 지침 준수 △IT 시스템에서 특이한 점이나 비정상적인 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조치 수행 △지원·시뮬레이션·진단시스템·시각시스템 사용 △여러 학문 분야가 관련된 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계획 그리고 협업 프로그램이다.
또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에 대응하는 공통역량인 미디어 사용능력을 목적의식적으로 양성한다. 현장이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자격검정에서 측정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공업적 전통, 현장중심 등은 유지 = 디지털화에 발맞춰 변화하는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철학과 원칙을 지킨다. 중소 수공업적 전통에서 비롯된 직업에 따라 필요한 기술을 양성하는 △훈련직종의 직업원칙 △기업의 훈련자치 원칙 △작업장에서 학습원칙 등이다. 여기에 산업화 이후 자리 잡은 △노·사·정 합의에 기반한 '사회적 파트너십 원칙'을 지킨다.
아우스빌둥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것은 훈련 품질의 우수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높은 취업률과 높은 고용유지율로 이어진다.
기업이 인력양성을 책임진다는 철학이다.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현장중심의 훈련은 독일 디지털 전환에서도 지속된다.
◆한국, 잦은 정책변화로 일관성 잃어 = 제조업과 수출 위주로 성장한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급부상한 중국, 세계시장에서의 신흥국과의 경쟁 심화, 초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고임금화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독일과 다른 점은 한국은 잦은 정책의 변화로 중·장기적인 산업정책과 인력양성에 대한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디지털 전환을 벤치마킹해 기술 조직 프로세스 인력양성에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근 동신대학교 교수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경영학 박사로 민간 정부 공공부분에서 해외 및 정보통신(IT)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4차산업혁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분야에 대한 강의 및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