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고용노동 동향

직업훈련, 현장성 없으면 '헛일'

2021-03-30 00:00:01 게재

이제 방법론을 고민할 때

독일 직업훈련의 임금과 고용효과는 다양한 방면에서 이미 증명됐다. 2010년 정미경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 위원장은 독일의 사회경제 패널자료와 한국의 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독일은 직업훈련을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직업훈련을 수행한 노동자의 임금이 훈련을 종료하고 2년이 지나면서부터 평균 작게는 약 23%, 많게는 25%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한국 직업훈련의 임금효과는 작게는 3% 많아야 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표 참조>

2019년 정 위원장과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업훈련의 방식이 청년실업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했다.

독일의 경우 청소년이 훈련생으로 취업을 전제로 직업교육훈련을 하는 아우스빌둥은 약 40%까지 고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대학교 과정에서도 기업에 훈련생으로 취업돼 직업교육과 훈련을 받는 경우 55% 이상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학 중 실습을 하는 형태보다 고용효과가 훨씬 높다. 독일에서 고등학교 과정의 실습은 27%, 대학과정의 실습은 8%의 고용효과를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990년대 직업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덴마크의 사회실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대 덴마크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AMU 프로그램'이라는 성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에게 당면한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배울 기회를 제공했다. 프로그램은 덴마크 노동시장의 변화하는 요구에 따라 달라졌다. 1990년대에는 지식, 서비스 및 정보 산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에 중점을 뒀다.

1994년 덴마크 정부는 성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사회실험을 했다. 810명의 성인 구직자에게 정부가 1주에서 7주까지(평균 2주간) 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직업교육을 제공했다. 810명 중 423명은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387명은 강의실 직업교육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의 고용과 임금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직업훈련이 일시적으로 참가자들의 실업을 증가시켰을 뿐 임금과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훈련이 직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을 제공하지 못하면 직업훈련은 노동에 투여할 시간과 직업을 찾기 위해 사용해야 할 시간을 소모할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덴마크의 실험은 직업훈련이 직업활동에 구체적인 도움이 돼야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의 기회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여러 연구결과는 실습이나 단기 강의실 직업교육이 기업현장에 훈련생으로 취업해 기업 주도하에 직업교육 훈련을 받는 아우스빌둥보다 고용 효과와 임금향상 효과가 미미함을 보여준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많이 거론된다. 그러나 어떤 직업훈련을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2000년 이후 한국의 직업훈련제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마이스터학교가 본격화됐고 정부는 일·학습 병행제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직업훈련의 임금이나 고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제 한국도 훈련방법론에 대한 고려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 연재기사]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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