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 | 서울 송파구 '문화실험공간 호수'

소수만 누리던 상업시설 공공문화공간으로

2021-04-06 11:33:32 게재

자연호수에 '예술 옷' 입히고

청년기획자들 아이디어 더해

"고급 음식점하고 카페로 운영되다 보니 특정업체에 장기간 막대한 수입을 안겨주고 있었죠. 주민들이 고르게 누릴 수도 없고…."

한해 100만명이 넘게 찾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석촌호수 서호변엔 통창 밖으로 호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건물이 있다. 송파구가 꼽은 대표 힐링명소, 석촌호수 '경치 맛집'인 '문화공간 호수'다.

송파구는 민간 상업시설을 공공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문화를 매개로 한 휴식처로 활용하고 있다. 공유부엌에서는 요리교실부터 가족.지인간 작은 모임도 가능하다. 사진 송파구 제공


2009년부터 민간에 위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만 물과 산책로가 어우러진 풍경을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민선 7기 들어 공공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임대기간이 1~2년도 아니고 10년인데 마침 취임 당시 계약이 종료되던 시점이었다"며 "주민과 전문가들에 물었더니 영리시설보다는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공공문화서비스 시설을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는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잠실운동장 등 다양한 문화예술체육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찾을 만한 시설은 아니다. 박 구청장은 "대형 문화시설이 여럿이지만 대부분 민간 상업시설이고 공공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매개가 부족했다"며 "주민들이 저렴하고 편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선 7기 5대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로 '재밌는 송파'를 정하고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문화공간 호수는 그 중 대표적인 시설이다. 2019년 10월 계약이 만료되자 지난해 음식점 건물부터 대수선했다. 조그만 전시실과 음악·영화감상실 공유부엌 방송실 곳곳에 휴식공간까지 마련한 당초에는 '문화실험공간'이라 이름붙였다.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하면서 쓰임새를 정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로 개관과 휴관을 거듭하면서 '호수'는 문화를 매개로 한 휴식처로 자리매김했다. 대면·비대면 과정에 참여한 1만2000여명 가운데 70%가 '휴식공간'을 희망했다. '휴식을 알고 새로운 삶을 살다'라는 구호에 걸맞은 공간 중심에는 청년들이 있다. 문화예술분야 경력자를 '공간기획자'로 채용해 전시와 공연, 요가 다도 등 휴식을 위한 강좌, 음악감상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오연경 기획자는 "변화무쌍한, 전시에 좋은 공간"이라며 "어떤 작품을 들여와도 공간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주민들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휴식공간을 자연스럽게 즐긴다. 김예린 기획자는 "첫 출근때 '이런 경치를 무료로 누릴 수 있는 주민들은 행운'이라고 느꼈는데 업무를 하면서도 주민 입장에서 관람하게 된다"며 "한번 방문한 분들은 꾸준히 찾는다"고 전했다. 대수선 단계부터 함께 했던 양기표 기획자는 "공간이 다양해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많다"며 "주민들이 호수에서 휴식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고 삶에 반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호수 맞은편 카페는 곧 '석촌호수 아뜰리에'로 바뀌어 문을 연다. 작은 공연장과 전망대를 갖춘 공간으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지역 특성을 담은 공연을 진행하는 관객참여형 공간이다. 동호변 관리사무소 자리는 '석촌호수 아트갤러리'로 탈바꿈하는 등 석촌호수의 자연친화적 가치에 '문화예술 옷'을 입히는 작업은 계속된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건물 자체를 예술작품처럼 설계하고 전시장과 석촌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조성한다"며 "치유정원 실버정원 놀이터 등을 조성, 삶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랜드마크로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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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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