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의 직업윤리

독일에서 직업은 소명이자 천직

2021-04-13 11:35:23 게재

종교개혁으로 직업 경계 무너져

개신교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잡은 독일의 직업윤리와 인문 중심의 유교 문화적 전통이 강한 한국사회의 직업윤리를 비교해 시사점을 찾는다. 2020년 3월 경상논총에 게재된 '문화적 전통이 직업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한국에서 이원화 직업교육은 발전 가능한 것인가'(정미경, 이상근 공저) 논문을 참조했다. <편집자 주>

루터시 비텐베르크의 광장에 독일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 기념비. 독일어권에서는 마르틴 루터가 '직업'이라는 개념을 발견했다고 얘기되곤 한다. https://www.handelsblatt.com


천동설에 기반한 중세 유럽에서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었다. 그 지구의 중심에 교회가 있었다. 교회 안의 목사, 수도사 성직자는 신의 부르심을 받아 최상의 소명을 수행하는 직업이었다. 세속의 직업은 열등한 소명을 이행하는 사람들이었다.

중세 가톨릭에서 노동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었다. 노동 자체가 삶의 목적은 아니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노동보다는 명상을 통해서 하나님을 온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노동보다는 명상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명상을 하는 것은 노동보다 우월한 것이었다.

이런 시대에 루터(M, Luther)는 "모든 행위가 신의 명령에 순종하는 가운데 행해질 때 신을 기쁘게 할 수 있고, 믿음 안에서 거룩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터의 이런 세계관은 세속적인 일까지도 거룩하게 보는 노동윤리 직업윤리로 발전한다.

종교개혁 이후 청교도 문화에서 직업은 '신의 뜻에 의해 예정돼 있다'는 칼뱅의 예정설과 루터가 말한 '신의 소명(vocatio)에 의한 봉사'로 설명됐다.

영원한 안식은 현세가 아닌 내세에 있어 인간은 자신을 현세에 보낸 신의 과업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했다. 직업을 갖는 것은 독일어로 베루펜자인(Berufensein),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 여겼다. 모든 직업은 천직이었다. 노동의욕이 없다는 것은 구원의 은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비록 부름받은 직업이 더럽고 추한 것일지라도 그 사회에서 필요한 것으로 인정한 이상 그 직분을 소중히 생각해야 했다. 루터가 주장한 '소명으로서의 직업'이다.

소명론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신의 자녀로 부르심에 따라 농부나 장인 등 각종 직업에 종사하게 된다. 이러한 부르심, 즉 직업선택의 권한은 신의 영역이다. 내 직업은 이웃을 위한 봉사요, 나아가 신에 대한 봉사를 실현하는 것이다.

종교개혁은 성스러운 직업과 세속적 직업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모든 직업은 긍지와 자부심의 대상이 됐다.

청교도 정신을 발전시킨 칼뱅의 예정론(election by grace)은 철저한 금욕주의를 강조했다. 금욕주의와 소명론과 결합해 청교도 노동윤리로 발전했다. 인간욕망의 한계를 시험하는 절제와 금욕적 직업정신(vatioethos)이 윤리가 됐다. 노동을 남용하거나 착취하는 것은 죄악으로 생각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본인에게 주어진 직업이 인문 분야든 기술 분야든 차별이 존재할 수 없었다. 독일의 장인(Meister)에게 직업은 소명이고 천직이었다. 직업능력을 신의 선물이라 여겨 신성하게 생각했다. 직업능력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기쁘게 직업에 몰입했다. 이것이 전문성의 사상적 토대이자 '장인정신'이다.

산업화 초기 독일의 교육학자이자 교육자인 게오르그 케르쉔슈타이너(Kerschensteiner)는 "교육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신적인 학습과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실습이 병행돼야 한다"는 교육이론을 제시했다. 독일의 교육철학은 이론과 실습의 연결성과 통합을 강조한다. 기업의 직업교육과 학교의 이론교육으로 두알레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미경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 위원장은 "장인정신과 이원화 교육철학은 기술집약적인 독일의 산업구조 형성의 사상적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 연재기사]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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