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 | 서울 강동구 '둔촌도서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공감의 장"

2021-04-15 11:15:17 게재

치유 주제로 놀이터·오솔길·정원 조성

일자산 경치 즐기며 책과 함께 휴식

"책을 들고 테라스로 나가도, 옥상정원으로 올라가 그네에 앉아 읽어도 괜찮습니다. 움직이기 귀찮으면 통창 앞에 앉아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쉬어도 되구요."

뿐만이 아니다. 묵직한 책이 다리며 팔걸이에 꽂혀있는 안락의자와 작은 오두막, 혼자만 앉을 수 있는 칸막이, 카페처럼 환하고 널찍한 테이블, 공연장 객석 느낌이 나는 계단 등 어느 곳에서나 책과 함께 할 수 있다. 오성의 서울 강동구 강동문화재단 도서관팀장은 "열람실을 다양하게 꾸며 안방이나 거실에서 책을 읽듯 즐길 수 있다"며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백색소음을 배경음악으로 들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정훈(오른쪽) 강동구청장이 오성의 팀장과 함께 둔촌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강동구가 자랑하는 힐링명소는 둔촌동에 지난해 말 문을 연 '둔촌도서관'이다. 연면적 9996.98㎡ 규모 3층 건물 앞에는 산등성이가 평평하게 이어지는 일자(一字)산을 비롯해 도시농업공원과 오밀조밀한 주택가 골목까지 정원처럼 펼쳐진다.

도심 속 네모반듯한 다른 도서관과 달리 당초부터 힐링을 염두에 두고 조성한 '책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층별 공간도 '치유'를 주제로 한 놀이터 오솔길 책방 정원으로 꾸몄다. 주차장도 없애 숲길을 따라 걸어서 접근하도록 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일자산 도시자연공원을 가까이 보면서 독서할 수 있는 힐링특화공간"이라며 "강동의 녹색정책과 잘 맞는 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이름부터 아이들을 위한 공간임이 느껴지는 1층 놀이터에서는 구름과 오두막집, 낮은 서가 곳곳에서 작은 동물 인형과 영화나 만화 속 캐릭터가 반긴다.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2층 종합자료실은 책숲(서가) 사이를 산책하듯 즐길 수 있고 3층 치유책장은 마음을 위로하는 맞춤 책처방을 만나는 곳이다.

숲을 바라보며, 그네에 앉아서 책을 펼칠 수 있는 옥상정원은 치유책장과 연결된 강연장이자 쉼터다. 오성의 팀장은 "서가와 열람실로 빽빽한 기존 도서관과 달린 열린, 빈 공간 느낌을 주도록 했다"며 "취향에 맞는 공간에서 읽고 자고 차를 마시면서 책에서 위로를 얻는 '북타민(책+비타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사서들은 관리자 자리를 지키는 대신 방문한 주민들이 책을 집어들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사서들이 보이지 않게 지원한다. 여유 공간에는 희망 글귀를 담은 액자를 배치하고 일상생활 속 고민 해소를 사서 추천도서와 연계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관심 갖기 어려운 미술이나 음악 공연도 책과 연결시켜 다양한 분야를 접하도록 돕는다. 기획서가는 사서들이 책을 읽고 자유토론을 한 뒤 주제를 정해 꾸민다.

둔촌도서관을 비롯한 강동구 공공도서관은 '지친 현대인을 위한 쉼공간'이자 '생각을 비우고 책과 쉼에서 얻어가는 공간'이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도서관 총괄기획가'를 위촉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설계·공사 과정에서 지역 이야기를 입힌 공간조성 방향을 설정, 자문하고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각종 도서관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살펴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상일동 명일근린공원과 둔촌동 주공재건축단지 내에 예정된 도서관에서 그 차이를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동시에 주민들이 책과 차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북카페형 도서관 '다독다독(多讀茶篤)'을 올해 6곳, 내년이면 10곳까지 조성한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책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공감의 공간"이라며 "책을 읽지 않고도 쉬어갈 공간을 확대하고 책을 통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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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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