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45.5㎜인데 폭염주의보 발령?

2021-04-19 12:36:37 게재

행안부·지자체 폭염특보 발령기준 변경 요구

기상청 "체감온도가 정확 … 1년 더 해보자"

기상청과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들이 폭염특보 발령기준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보 발령 기준을 습도를 포함한 체감온도로 하느냐, 아니면 최고기온으로만 하느냐를 두고 의견차가 생긴 것이다.

이 같은 신경전은 지난해 폭염특보 발령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171개 관측지점을 기준으로 지난해 최고기온 특보 발령은 775회였지만, 체감온도를 반영하니 1808회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의보는 689회에서 1630회로, 경보도 86회에서 178회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장 장마를 기록하는 등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여름 기온이 낮았다. 그런데도 폭염특보가 크게 늘어나자 지자체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12일 부산 영도구에는 비가 45.5㎜나 내렸지만 습도를 반영한 폭염특보 발령기준 탓에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지난해 폭염 대응을 위한 지자체 비상근무에만 8만6277명이 투입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코로나19 대응에 지쳐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폭염특보 때문에 피로감이 커졌다"며 "특보 발령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비가 오는데 폭염특보 재난문자가 발송되니 주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비웃는다"며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제도운영이 아쉽다"고 말했다.

행안부도 지자체들의 항의가 늘어나자 기상청에 발령기준 변경을 요청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체감온도를 발령기준으로 삼으려면 현재 기준인 습도만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바람 등 보다 정밀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현재 습도만 포함한 체감온도 기준 특보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특보 발령 권한을 갖고 있는 기상청은 오히려 체감온도 기준 폭염특보 발령이 실제 상황과 더 맞아떨어졌다는 입장이다. 같은 상황을 두고 행안부·지자체와 정반대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최고기온 기준으로는 폭염특보 발령이 여러차례 있어야 했지만 습도가 낮은 탓에 실제 특보가 발령되지는 않았다"며 "기상특보가 국민들의 체감상황을 기준으로 내려진 좋은 예"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또 지난해 날씨가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등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점도 고려해 달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날씨가 평년과는 달랐기 때문에 1~2년 더 시범운영을 연장한 뒤 결과를 보고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여름이 다가오면서 재난대응기관들이 일찌감치 폭염 대비에 분주하다. 2018년 폭염이 처음으로 자연재난에 포함된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예측과 대비계획 등 폭염 관리를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여름 온열질환을 얻은 환자는 1079명이고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5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하면서 집계한 결과다. 2019년과 대비해 각각 41%와 18% 줄었다. 정부는 폭염에 대비한 관계기관 합동대응체계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폭염 재난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가 있으며, 경계까지는 사전대비 단계다. 심각 단계에서 최고기온이 지역적(특보구역의 40% 이상)으로 35도 이상이거나 일부 지역에서 38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으로 예보되면 중대본 비상 1단계가 가동된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심해지면 중대본 비상 2단계 또는 비상 3단계로 격상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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