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제 도입에도 … 요동치는 부동산시장

2021-04-26 12:40:30 게재

거래허가제, 재건축기대 되레 키워

정부·여당 부동산 세금완화도 영향

"시, 과열 못잡으면 재건축 시작못해"

토지거래허가제에도 부동산 시장 열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세금 완화는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오세훈표 재건축이 갈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과 영등포구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엔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이 임박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다.

지난 21일 청와대 오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정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셋째주(19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올라 지난주(0.0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달았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으로 돌아선 시점은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와 정확히 겹친다.

전문가들은 규제에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를 "허가제를 규제가 아닌 재건축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집값의 척도인 강남구를 비롯 목동과 여의도 등 재건축 주요단지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오히려 이들 지역의 희소성이 부각됐다. 오 시장이 정부에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청한 것도 허가제로 지정한 지역의 재건축을 앞당기겠다는 '신호'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시장 환경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여당은 재산세 최고구간,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 등 부동산 세금 낮추기를 추진 중이다. 1가구 1주택자에겐 세부담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선 "이른바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투자자들에겐 차익 실현 기대를 높이는 정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며 "정부·서울시 정책 모두 부동산 가격 상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표 재건축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갈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 외에는 서울시가 동원할 수 있는 뾰족한 정책수단이 없다"고 말한다. 그나마 할 수 있는 방법은 허가구역을 추가지정하거나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효과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강남 절반이 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거래가 줄고 집값이 오르는 등 반작용이 일어났다. 시가 구역을 지정하는 것이 여의도나 목동처럼 재건축 추진의 '좌표' 역할을 하거나 투자자가 구역 밖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시장가격을 좌우하는 다량 현금보유자들은 당국의 규제에 아랑곳없이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6개월 새 매매가가 13억원이 올라 화제가 됐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245.2㎡는 거래 대금 80억원 전액이 현금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 34년째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선 163.44㎡가 30억5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목동신시가지7단지도 이달 들어 66.6㎡가 17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오 시장이 문재인 대통령 오찬에서 거론했던 50년 된 여의도 시범아파트(118.12㎡)는 최근 26억원에 거래됐다. 역시 신고가다.

서울시 안팎에선 현 상황이 지속되면 오세훈표 재건축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과열 현상이 계속되면 책임을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돌리고 재건축 추진을 보류한다는 사인을 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을 당선시킨 부동산 민심의 핵심은 집값 상승이 아닌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으라는 것"이라며 "재건축, 재개발도 주택공급을 늘리는 일환이기 때문에 집값이 들썩이는 한 무리한 재건축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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