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지지율 6개월째 20%대…민주당 ‘방아쇠 찾기’ 집중
명태균-강혜경 녹취록 ‘공천은 내가 따오는 것’ 공개
산단 정보 사전 유출 등 공천개입·국정농단 부각 나서
명태균 의혹 확산·북풍 차단 ‘양면 작전’, 방아쇠 되나
민주당 지지율 30%대 그쳐 ‘중도층’ 흡수 과제로 남아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율 ‘20%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명태균 의혹을 확산시키는 공격에 나서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과 남북 갈등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북풍’을 막아서는 양면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 20%대를 깰 ‘방아쇠’를 찾는 데 주력하는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30%대에서 멈춰 서 있다는 점은 민주당의 숙제로 남아있다.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민주당 자체가 보수진영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깨지 못하는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모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늘 법사위에서 가장 큰 관심은 강혜경씨와 명태균씨의 전화통화 녹음 내용”이라며 “이 녹음에는 공천과정과 대선 여론조사에 대한 실체가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강씨는 명씨를 매개로 김건희 여사를 통해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선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회계관리 업무를 담당해왔으며 명씨의 여론조사회사에서 실무를 맡기도 했다.
그는 “명씨가 ‘공천이 어떻게 된 건지 아느냐. 내가 따오는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과 공천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발언이 녹취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며 “강혜경씨가 직접 나와 의혹과 관련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단지 조성 정보가 사전에 명씨를 통해 유출됐다는 내용을 공개한 법사위 소속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민생회의 44일전에 국가산단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은 공천개입이 아니라 국정개입”이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고 했다. 명씨가 대외비인 창원 제2국가산단 후보지를 대통령 발표 이전에 알고 있었다는 강씨의 발언을 토대로 ‘국정농단’ 프레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날 민주당은 또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품백 수수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린 경위 등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하면서 ‘의도적인 부실 수사’라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보수층의 지원으로 20% 밑으로 내려앉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달 15~17일에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방식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23%였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20%대 지지율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70%에 근접해 있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보수층에서는 38%가 국정운영에 긍정평가를 내렸고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는 과반인 56%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지지부진하다.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이 30%로 국민의힘(28%)과 오차 범위에서 박빙의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서 20%대로 추락할 때도 전혀 그 수혜를 챙기지 못했다. 민주당의 중도확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보수진영의 결집을 차단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지난 부산 금정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큰 격차로 졌고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격차가 크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부산 금정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지도부까지 나서 총동원됐지만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득표율을 1%p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면서 “민주당이 윤석열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서울교육감 선거를 보면 현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은 가운데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서울 각 지역마다 따져보면 근소한 차로 승부가 났다는 점에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은 언제든 한쪽으로 쏠릴 수 있음을 보여준 선거”라고 했다. 민주당은 최근 정부의 남북 갈등과 북한의 러시아 전쟁 파병 논란을 공개적으로 수면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북풍’을 조장해 보수층 결집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긍정적으로 평가한 유권자 중 36%가 ‘외교’분야를, 7%가 국방과 안보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주관이나 소신을 지목한 유권자도 6%에 달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측근인 모 의원은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20%대의 콘크리트 지지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고 완전히 바닥에 와 있는 셈인데 이를 깰 만한 트리거(방아쇠)가 어디서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 “민주당이 진보적 가치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성취할 수 있는 유연한 방법을 선택해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