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 | 서울 동작구 '용양봉저정 공원'

노들섬·한강부터 남산·북한산까지 한눈에

2021-05-07 13:05:28 게재

정조임금 능행길 쉬어가던 행궁에 산자락 숨은 쉼터 찾아내 새 단장

청년공간 중심 카페문화거리 계획

"한강 남쪽에서 강북권을 이렇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없어요. 노들섬과 한강이 바로 눈앞에 있지요. 저쪽은 남산, 멀리 북한산도 보여요."

이창우(가운데) 동작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용양봉저정 공원 정상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은 "밤이면 강 건너 초고층 건물들이 조명에 가려져 더 환상적"이라며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자연녹지가 잘 보존돼있다"고 말했다. 본동 용양봉저정 공원 정상에 서면 발 아래로 연둣빛 숲과 햇빛에 반짝이는 한강, 서울 도심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영등포구 여의도부터 송파구 잠실까지 한강변이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 돌아서면 관악산까지 눈길이 닿는다.

동작구를 대표하는 힐링명소는 용양봉저정 공원이다. '용이 뛰놀고 봉황이 높이 난다'는 뜻을 품은 용양봉저정을 중심으로 산자락에 가려졌던 쉼터를 찾아내 새롭게 단장, 주민들에게 돌려준 공간이다.

용양봉저정은 조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경기도 수원시 화성 현륭원을 참배하던 길에 한강을 건넌 뒤 휴식을 취하던 행궁이다. 배를 다리처럼 연결한 주교를 통해 강을 건넜던 2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한강대교가 남북으로 뻗어있고 용양봉저정은 그 남단에 소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동작구는 민선 6기부터 용양봉저정의 숨은 매력에 주목, 일대 관광명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강이 손에 잡힐 듯 지척인데다 인근 노량진 일대에는 사육신공원 수산시장 등 역사·문화·자연자원이 풍부하고 영등포구 여의도나 용산구와 인접해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행궁과 230m 거리에 있는 정상부의 잠재력을 발견한 건 이창우 구청장이다. 그는 "잔목이 우거진 산 자락에 복지시설이 집중돼 있었다"며 "하반기 노들고가 철거가 시작되면 시야가 한층 트인다"고 설명했다.

용양봉저정 공원은 관광명소화 사업 첫 단계다. 일제강점기 음식점 무도장 등 위락시설로 이용되던 '용봉정'이라는 이름부터 떨어냈다. 정상부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전망대를 조성하고 행궁 맞은편에는 주민들이 쉬면서 작은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 지난달 말 개방했다. 이 구청장은 "호주 시드니에 가면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맥쿼리포인트가 있다"며 "거기서 만화적 상상력을 더해 구릉을 덮고 있던 아까시나무를 걷어냈더니 서울을 대표하는 조망 명소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2단계 사업도 마무리된다. 용양봉저정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음미할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해 선보인다. 오랫동안 무허가 건물이 차지하고 있던 행궁 주변은 광장으로 바뀐다. 궁궐양식을 본뜬 담장을 설치하고 문화재 발굴조사를 통해 '왕의 길'을 복원할 계획이다. 효행음식 시연과 궁중의상 체험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준비 중이다.

용양봉저정을 끼고 있는 본동 일대도 탈바꿈 중이다. 낡은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이 지역은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 대상지로 선정됐다. 그 마중물로 10년 이상 방치돼있던 경로당 건물을 대수선해 청년카페를 마련, 6월 선보인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곳곳에 거점이 될 청년카페를 조성, 젊은층과 민간자본이 유입되는 카페문화거리로 육성한다"며 "기반시설 개선까지 마무리되면 용양봉저정 관광명소화 사업과 맞물려 '누구나 살고 싶고 찾아오고 싶은 마을'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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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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