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장항습지 람사르습지 등록
경기 내륙습지 중 최초
고양시 요구 11년만에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가 11년 만에 람사르습지로 공식 등록됐다. 람사르협약은 자연자원과 서식지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에 관한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현재 171개 국가가 가입되어 있다.
고양시는 21일 열린 '2021 생명다양성의 날 및 습지의 날 기념식'에서 람사르습지 인증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장항습지는 신평동·장항동·법곳동 등 한강하구를 따라 7.6㎞로 이어진 도심 속 습지다.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이며, 대륙을 오가는 물새들의 중간기착지이기도 하다. 매년 3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이곳을 거쳐 간다. 재두루미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과 큰기러기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동물을 포함해 1066종 이상의 생명체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장항습지는 앞서 2006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19년 철새보호 국제기구인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 등재됐다. 람사르습지 등록을 환경부에 건의한 건 2010년이다. 하지만 대상이 장항습지를 포함해 한강하구습지 전역이었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도 심해 번번이 무산됐다.
고양시는 결국 2019년 한강하구습지 전체가 아닌 장항습지만 우선 람사르습지에 등록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4차례나 건의한 끝에 환경부가 지난해 1월 한강하구 4개 지자체(고양 파주 김포 강화) 중 고양시 장항습지를 우선적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람사르협약사무국에 등록을 요청했다.
고양시는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 우선 장항습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습지 인근에 장항습지센터를 건립한다. 센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습지 견학과 보전교육 등을 진행한다. 다음달 착공해 내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업비는 47억5000만원이다.
고양시는 또 장항습지 버드나무숲에 있는 33개 물골 복원에도 나선다. 물골은 습지 내 물 흐름 기능을 강화하고 수변의 육지화를 방지해 습지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시는 인위적으로 변형된 물골을 자연적인 물골로 복원하고 단절된 물골들을 연결하기 위해 올해 예산 1억원을 투입한다.
고양시는 이미 2019년부터 가시박 등 생태계교란종과 하구 쓰레기 제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도 6000만원을 들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과 11월 탐조대 2곳을 만들었고, 올해도 1곳을 추가한다. 시민들은 탐조대를 통해 장항습지를 직접 관찰하고 습지의 중요성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고양시는 겨울철새 먹이주기와 쉼터조성, 생태통로 주변 나무심기 등 다양한 습지 보호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강하구에 조성할 예정인 'DMZ 평화의길'도 장항습지와 연계해 걷기프로그램과 교육체험프로그램 개발을 추진 중이다. 'DMZ 평화의길' 조성사업은 인천 강화와 경기 김포·고양, 강원 철원·고성 등 10개 시·군을 잇는 도보 여행길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2년 12월 완성될 예정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도심 속 탄소저장고인 장항습지를 보전하고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11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았다"며 "환경파괴는 미래세대가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며 지금 보존하지 않으면 되살릴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장항습지를 비롯한 환경 보존에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