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원순환 반영한 해양폐기물관리로 전환

2021-05-26 11:52:32 게재
김경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환경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최근 현안 중 하나는 해양 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 관리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유엔환경계획(UNEP)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해양쓰레기에 대한 국제 대응 문제는 국제 규범화 논의로 쟁점이 수렴되고 있다.

유엔환경회의(UNEA)는 2014년부터 해양쓰레기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했고, 2017년부터는 회원국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지난해까지 운영했다. 워킹그룹은 플라스틱 생산관리,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소비개선, 인접국 간의 해양쓰레기 처리,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와 같은 공해상의 해양쓰레기 대응 등을 논의했다.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표준화, 생분해성 재질 등 플라스틱 대체 물질 기준, 국가 간 해양쓰레기 관리 및 지식 격차 해소, 저개발국가 지원을 포함한 해양쓰레기 관리 재원 조성 등도 논의된 사안들이다.

워킹그룹을 통해 3년 넘게 진행돼 왔던 해양쓰레기 대응 방안은 내년에 개최 예정인 제5차 유엔환경회의 2기 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여기서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여러 대안들을 심의·결정하게 된다. 고려할 수 있는 결정들은 구속력 있는 국제규범화에 착수하는 방안, 다자간 또는 지역해기구와 국제협력을 통해 현재의 관리 수준을 강화하는 방안, 회원국 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차기 회의까지 연장하는 방안 등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해양쓰레기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은 국가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양쓰레기, 특히 해양플라스틱이나 미세플라스틱이 해양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확산·심화되기 때문에 국제사회 수준으로 대응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구속력 있는 국제규범화 방안에는 뚜렷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규제시기·방법과 관련있다.

규범화 조치를 찬성하는 그룹에서는 기후변화 체계와 같이 플라스틱 총량 규제를 포함한 생산 관리를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범화 조치를 반대하거나 유보하는 그룹은 생분해성 재질 등 등 플라스틱을 대체할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관리 강제를 유예하거나 국제협력을 통해 국가 간 관리 격차를 줄여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논의 흐름에 한 발 앞서 해양쓰레기 관리를 개선해 왔다. 크게 3단계로 발전해왔는데 해양수산부가 설립된 1996년 이전에는 지자체 중심으로 발생된 쓰레기 수거에 집중했다. 해수부 출범 이후에는 해양쓰레기발생 예방과 처리를 아우르는 국가관리체계로 전환됐다. 2020년부터는 해양폐기물관리법이 시행되면서 해양폐기물관리 패러다임을 한 차례 더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해양폐기물관리법은 국제사회의 최근 논의 동향을 반영한 여러 선진 조치들을 규정했다. 특히 국제논의 수준에 부합하도록 국가의 해양폐기물 관리체계를 확대 개편했다. 국제사회 논의가 해양환경을 넘어 플라스틱생산이나 환경과 사람의 건강성까지로 확대함에 따라 여러 부처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관리체계로 개편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었다. 해양쓰레기 관리에 앞서 있는 미국은 '다부처 해양쓰레기 조정위원회'(IMDC)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보다 더 발전된 형태로 부처와 업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는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

향후 국제사회가 다루는 해양쓰레기 문제는 제품의 생산과 소비, 처리를 아우르는 자원순환 관점에서 논의될 게 명백하다.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는 해양쓰레기 국제규범화 논의를 포함해 플라스틱 등 생애주기 관리, 미세플라스틱 대응, 강·하천 쓰레기 해양유입 줄이기, 섬쓰레기 대응 등 해양폐기물과 직·간접적인 여러 현안들에 대한 국가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방향에 따라 해수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가 정책 역량을 결집하는 종합적인 해양폐기물 관리체계로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