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아 미안해, 전기사용 줄일게"
영등포구 이색 환경운동
"북극곰아 미안해. 이제 에어컨을 줄일게." "전기 사용을 많이 줄여서 너희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 "페트병과 뚜껑을 따로 버리겠습니다. 그러니까 건강해!"
서울 영등포구 주민들이 북극곰 살리기에 나섰다. 영등포구는 주민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키우도록 안양천 수변공원에 북극곰 조형물을 설치, 13일까지 선보인다고 10일 밝혔다.
추운 지방에서만 서식하는 북극곰이 무더위가 시작된 안양천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북극곰은 2008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현재 상태대로라면 2030년 북극곰 삶터인 빙하는 모두 녹아 없어지고 20년이 더 지나면 북극곰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경고다.
풀밭에 자리잡은 어미곰과 아기곰은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두마리 곰 앞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북극곰이 지금 안양천에 있는 이유' '북극곰과 북극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 '미래세대를 위한 탄소중립이 필요한 이유'가 담겨있다. 시민들은 북극곰을 사진에 담으며, 자신만의 실천의지를 쪽지에 남기며 '북극곰이 안양천곰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실천을 다짐한다.
앞서 지구의 날인 지난 4월 22일부터는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목표로 한 주민 참여 인증으로 눈길을 끌었다. 원료 채취와 수송 유통 폐기에 이르기까지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짐을 사회관계망에 공유하는 형태다.
주민들은 줄이기 재사용하기 분리배출하기 등 '습관을 바꾸는 한가지 약속'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에 게시했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 장비구니 사용, 다회용 빨대 사용, 한강 걸으며 쓰레기 줍기, 8시 이후 불끄기 등 다양한 약속이 나왔다. 채현일 구청장도 운전할 때 공회전을 않겠다고 약속했다.
영등포구는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실천에 더 많은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북극곰이 더 이상 길을 헤매지 않고 집을 찾아 돌아갈 수 있도록 작지만 강한 실천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미래세대에 건강한 지구,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