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서울 영등포구 '대림도서관'

딱딱한 도서관, 말랑말랑한 문화체험공간 됐다

2021-06-16 11:09:01 게재

영등포구 독서실→동네사랑방

주민모임때는 책장도 한켠으로

"매일같이 다니는 것 같은데요? 아이는 친구들과 주로 시간을 보내고 저는 그동안 1층이나 3층 서가를 둘러봐요."

채현일 구청장이 대림도서관을 찾은 어린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주민들은 최서윤(38)씨처럼 집 근처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한다. 컴퓨터를 들고 와 '재택근무'를 하는 사회초년생, 강의 준비를 위해 잠깐 들른 강사, 각종 신문을 꼼꼼히 읽어 내리는 노인 등 어느 누가 자리하고 있어도 낯설지 않다. 다양한 책과 아기자기한 장식물, 잔잔한 음악이 모두를 감싼다.

영등포구가 엄숙하고 딱딱하기만 하던 도서관을 동네 사랑방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대림도서관은 영등포가 지향하는 '기준'에 맞춰 탈바꿈한 1호 도서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이 빽빽이 꽂힌 서가와 독서실같은 칸막이 공부공간이 중심이었다. 아파트와 주택 학교에 둘러쌓인 명당에 자리잡고 있지만 이용자는 대부분 고시생과 취업준비생, 노년층에 편중됐다. 채현일 구청장은 "활용도가 떨어지고 주민들 특히 아이들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핀란드 핼싱키를 대표하는 공공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방향을 찾았다. 시민들이 서가에 갇힌 우리 도서관과는 풍경부터 달랐다. 채 구청장은 "다양한 연령대·계층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가 하면 유모차를 한켠에 두고 함께 공부하는 엄마들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외 도서관을 다양하게 둘러보고 주민들 의견을 들었다. '공동체 공간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꼈으면 한다' '아가들은?' '옥상을 열어달라'는 등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들이 나왔다. 설문조사와 주민의견 수렴회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6회에 걸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공간을 전면 재배치했다.

지하부터 옥상까지 각 층은 '휴식·공유' '현재·무경계' '함께·가족' '개인·존중' '미래·공존' '자연·쉼'을 주제로 배치했다. 모든 공간에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안정감을 주는 향이 함께 한다. 이미숙 영등포구립도서관 대표관장은 "도서관에서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하다"며 "동네 카페이자 사랑방, 음악실이자 문화공간"이라고 자신했다.

1층은 출입구가 없다면 야외공간이라 느껴질 정도로 개방적이다. 창을 가리던 블라인드를 아예 없앴다. 신간도서를 꽂아두는 벽면형 서가 이외에 나머지 책장은 이동형이다. 주민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와 체험과정을 할 때면 책을 한켠으로 밀어둔다. 사서뿐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하고 동네 서점을 이야기식으로 전하는 서가도 마련했다.

어린이·유아자료를 갖춘 2층은 아예 뛰어놀 수 있게 꾸몄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는 안내문구까지 붙였다. 젖먹이와 함께 찾는 엄마를 위한 수유실과 그 시기에 참고할 수 있는 책자를 갖춘 공간도 눈길을 끈다. 옥상 정원에서는 '멍 때리기'나 시낭송 등을 즐길 수 있고 지하 공간은 음식과 공연 전시를 매개로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몰입을 원하는 경우 일반자료와 원서를 갖춘 3층에 자리잡으면 된다.

코로나 시기인데도 4월 말 현재 리모델링 이전과 비교해 대출권수는 38%, 특히 30대 이하가 빌려간 책은 59%나 증가했다. 10세 이하 어린이 회원가입은 378% 급증했을 정도로 주민들 사랑을 받고 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탁트인 영등포에 걸맞은 공간"이라며 "주민들이 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비우고 지식을 채워가는 지혜의 곳간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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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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