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개별노동, 남녀간 대처방식도 '뚜렷한 차이'
자신의 권리 주장 기회부터 달라져
성별 직종분리·임금격차 문제 여전
"플랫폼노동은 조직노동이 아니라 개별화된 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로 다르게 접근을 하고 있다. 배달과 가사노동을 비교해보면 남녀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배달과 가사노동 둘 다 오프라인에서 출발해 디지털기술이 접목되면서 플랫폼 노동으로 가고 있다. 노동이 디지털화되고 자본력이 붙으면서 남성들이 많은 배달영역에서는 벌써 '유니온'이 형성됐지만 여성이 대부분인 가사노동은 그렇지 않다."
17일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플랫폼 노동에서 여성 이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 부원장은 "오프라인 상에서 벌어졌던 성별 직종분리나 임금격차 문제가 플랫폼 노동에서도 나타난다"며 "더 큰 문제는 본인의 권리를 찾는 부분이나 관련 법안을 만들어가는 과정 등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성노동자 문제 드러나지 않아" = '디지털 전환기의 여성일자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해 대변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서 가사앱 서비스 종사자(62.9%)나 배달앱 서비스 종사자(63.2%) 모두 60%이상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조 등 이해 대변조직에 대한 이해는 가사앱 서비스 종사자 8.2%, 배달앱 서비스 종사자 약 20% 등으로 두 직종 간에 큰 폭으로 차이가 있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은 가사앱 서비스 종사자(23.5%)가 배달앱 서비스 종사자(18.4%)보다 많았다.
플랫폼노동은 범위가 광범위해서 일괄해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굳이 대표적인 유형을 들자면 △음식배달 쇼핑대행 배차서비스 등 지역기반 호출 영역의 일종인 '온디멘드(on-demand) 플랫폼노동' △발주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을 발주하고 다수의 서비스 등록자가 응모해 업무위탁·도급계약을 맺고 성과물을 납품하는 형태인 '클라우드 플랫폼노동' 등이 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장은 "플랫폼노동의 노동권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정작 그 속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노동의 외주화로 저단가, 불안정 노동의 특성을 보이는 여성노동시장의 문제가 플랫폼노동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는 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노동권 보장하고, 업종별 맞춤 대책 필요" = 한국고용정보원의 '성남시 플랫폼 노동자 근로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온디멘드 플랫폼 노동시장에서 성별 직종분리 현상은 뚜렷했다.
음식배달 대리운전 퀵서비스의 경우 '남성' 종사자 비율이 90% 이상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가사노동의 경우 여자가 97.7%였다.
클라우드 플랫폼노동 직종의 성별 비율은 남성 58.9%, 여성 41.1%로 상대적으로 차이가 적었다. 하지만 두 유형 모두 부당노동행위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평가팀장은 "플랫폼노동의 가장 큰 단점은 불안정성"이라며 "일자리(job)가 과업(tasks)으로, 과업이 다시 미세업무(microtasks)로 쪼개져서 거래되는 노동의 원자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또 "플랫폼노동이라도 유형에 따라 종사자들의 특징이 다르므로 대응책을 달리 세울 필요가 있다"며 "표준계약서 작성 확대 등 보편적 노동기본권은 공통적으로 확대하고 해당 업종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별 임금격차 문제는 플랫폼노동시장에서도 여전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디지털 플랫폼 노동 실태와 특징2'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성별 임금격차는 33.8%로 나타났다. 똑같은 일을 해도 남성이 100만원을 받는다면 여성은 약 66만원을 받는다. 여성 플랫폼 노동자의 월평균 총소득은 202만8000원, 남성은 306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남녀 임금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에 따른 시간당 임금격차 중 합리적 설명이 가능한 부분은 36.9%밖에 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차이가 63.1%나 된다.
문재인정부는 OECD 최하위 수준인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5개년 계획수립' 공약을 내걸었지만 수립되지 않았다. 성평등임금공시제를 해결책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여러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