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보호지역 지정 매향리갯벌에 호텔?

2021-07-22 11:55:41 게재

국제습지학자들, 화성시에 '편지'로 "갯벌 보전" 호소

"화성시 및 대한민국 관계자 여러분께. 보전과학자이자 전문 연구원들인 저희들은 경기도 화성시의 플라이웨이(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FNS)의 핵심부를 이루는 매향리갯벌에 인접한 호텔 리조트 건설에 대하여 높아지는 우려를 표명하고자 합니다."
마도요와 도요물떼새들의 군무 모습 사진 남준기 기자


나일 무어스 박사(새와생명의터 대표), 리차드 풀러 호주 퀸즈랜드대학(생물다양성과 보전분야) 교수, 마지친 중국 상하이 후단대학교 생명과학 대학교수, 필 베틀리 뉴질랜드 매시 대학교(동물학) 부교수가 연명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화성습지는 대한민국과 황해에서 가장 중요한 도요·물떼새 서식지 중 한곳이며 더욱이 매향리갯벌은 화성습지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라며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새종들이 매년 위태로운 장기간의 이동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도요·물떼새를 포함한 대부분의 물새종들은 사람들의 활동에 매우 민감하다. 단순히 갯벌을 거니는 사람들도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매향리갯벌 100m 인근 호텔단지와 도로확장, 담장철거 등이 수반될 기반시설공사는 매향리갯벌에서 휴식을 취해야 할 물새종에게 상당한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화성습지에는 람사르협약이 규정한 지구상 개체군 1% 이상의 주요 군집을 보이는 최소 16 종의 물새가 정기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분류한 '지구상 준위협종' 3종(검은머리물떼새 마도요 큰뒷부리도요)과, '지구상 위기종'으로 평가된 2종(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이 있다.

나일 무어스 박사는 "현재 호텔 부지로 제안된 지점 500미터 이내에서 관찰한 최근 조사에서 지구상 500여마리도 채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 1개체가 기록되었다"며 "이곳에서는 지구상 우려종인 '청다리도요사촌' 상당수도 발견된 바 있다"고 우려했다.

매향리갯벌에서는 람사르가 규정한 국제적으로 중요한 군집을 보이는 3종의 물새(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군락이 정기적으로 발견된다. 이 새들은 지구상 멸종위기에 처한 종들이다.

4명의 학자들은 "대한민국 화성시와 관련 정부 부처가 매향리갯벌을 포함한 전체 화성습지를 람사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조류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7월 20일, 해양수산부는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갯벌 14.08k㎡를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매향리갯벌은 54년간 매향리 미공군폭격장에서 쏟아지는 포탄을 온몸으로 받아낸 특별한 곳이다. 폭격장이 철수한 뒤 매향리갯벌은 경기만의 마지막 생태축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6월부터 2021년 5월까지 화성시, 동아시아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 화성환경운동연합, 새와생명의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년 4만마리 이상의 도요새와 250마리의 저어새가 매향리갯벌을 주요한 먹이터로 이용한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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