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너지체계, 지속불가능 전형"
2005년 지속위 보고서 지적
인도가 독립하기 직전, 영국 기자가 인도로 와서 마하트마 간디를 인터뷰했다.
"독립된 인도가 영국처럼 발전하기를 바라나요?" 간디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독립된 나라가 발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말에 깜짝 놀란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간디는 이렇게 대답한다.
"영국이 지금처럼 살기 위해 지구의 절반이 필요한데, 인도가 영국처럼 살려면 지구가 몇 개는 더 있어야 할 거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개념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다. 도입 초기 development에 초점을 두고 '지속가능개발'이라고도 했고, 어떤 사람들은 sustainable에 초점을 맞춰 '지탱가능한 발전'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한국은 얼마나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었을까?
현실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5.49TOE(석유환산톤)로, 일본 3.41TOE, 프랑스 3.68TOE, 독일 3.77TOE보다 많다. 에너지자립도는 2017년 기준 1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양대 산맥은 '발전'(석탄화력)과 '제철'(철광석)이다. 이 두 부문에서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2050 탄소제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전기와 철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정말 깊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회피해왔다.
2005년 7월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당시 위원장 고철환)가 발행한 '국가 지속가능발전 전략연구' 보고서(지속위 자료집 2005∼15)는 △2010년까지 1차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3%, 전력에서의 비율을 4%로 잡고 △그 뒤 10년마다 50% 이상 최대 100% 늘려 △2020년 6% △2030년 12% △2050년 48%로 계획했다.
이렇게 하면 2030년 풍력발전의 비율은 전체 전력수요의 24%에 이르고 풍력발전 종사자수는 2020년 5만5000명, 2030년 14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태양광발전은 풍력발전보다는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늘리면 상당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에 대해 보고서는 "태양이 1년 동안 지구에 보내는 에너지는 인류가 1년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1만5000배에 달한다"며 "한반도에 비치는 햇빛에너지를 석유로 환산하면 연간 800억배럴, 1㎡(제곱미터)에 130리터나 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97%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한국의 에너지 수급체계는 지속불가능한 에너지 수급체계"라고 분석하고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에너지 안보 면에서 취약하고, 방사능 물질과 방사상 폐기물로 사회갈등을 부추기며, 에너지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한국의 에너지 수급체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그냥 묻혀버렸다. 노무현정부는 무관심했고 이명박정부는 아예 내팽겨쳤다. 이명박정부 들어 지속가능위원회는 녹색성장위원회에 밀려 대통령 자문에서 환경부 자문기구로 격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