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피부질환 '친환경페인트' 탓

2021-08-02 11:20:07 게재

사업주 과민성물질 위험 간과

고용노동부 안전보건조치 명령

지난해 9월부터 현대중공업 도장작업 노동자의 집단 피부질환은 작업할 때 사용한 친환경 도료의 과민성 물질에 따른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조선사 도장작업 노동자 집단 피부질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도료에 포함된 과민성 물질이 (피부질환의)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무용제 도료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이 5% 이내인 것으로 환경친화적 도료로 분류된다.

정부는 2019년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으로 환경친화적 도료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무용제 도료를 사용하면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을 줄인 실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앞서 고용부는 조선소 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피부질환이 발생하자 올해 2~4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소 7곳과 도료 제조사 3곳 등 10개 기업의 노동자 1080명을 대상으로 임시 건강진단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55명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고 질환자의 53명은 현대 계열 조선사(현대중공업 35명, 현대미포조선 9명, 현대삼호중공업 9명) 노동자였다. 나머지 2명은 츄고쿠삼화페인트사에서 나왔다.

고용부는 "무용제 도료를 개발하면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은 낮아졌지만, 대신 새로운 과민성 물질들로 대체됐다"며 "주성분인 에폭시 수지도 기존 도료에 사용된 것보다 분자량이 적어 피부 과민성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개발된 무용제 도료의 피부 과민성 강도가 높아진 것이 피부질환을 일으켰을 것이란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원재료 등의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 질환 등의 예방 조치를 하게 돼 있지만, 도료 제조사와 조선사 등은 과민성 물질의 위험을 간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도료 사용과정에서 노동자에게 피부 과민성에 대한 유해성 교육이나 보호구 지급 등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집단 피부질환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회사는 △화학물질 도입 시 피부 과민성 평가 △보호구 지급 △의학적 모니터링과 증상자 신속 치료체계 구축 △안전 사용방법 교육 △관련 사내규정 마련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0대 조선사에 보낸 공동 서한문에서 "노동자 작업환경과 대기환경은 조화롭게 보호돼야 한다"며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않거나 유해성이 적은 물질로 대체하는 등 유해물질을 줄이는 데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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