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힐링명소│서울 동대문구 '배봉산 숲속도서관'

둘레길 걷다 책과 함께 휴식·만남

2021-08-06 11:59:53 게재

숲길 전망 좋은 한옥구조 카페

영·유아 맡길 공동육아방 갖춰

"너는 동생 있어?" "동생은 없는데 언니가 있어요." "인형동생 있어요. 동생보다 인형이 나아요." "저는 로봇이 더 좋아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배봉산 숲속도서관' 2층 열람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마루 위 계단에 유덕열 동대문구청장과 10세 안팎 아이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유 구청장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책 내용과 연계한 질문을 던지자 제각각 대답을 쏟아낸다. 유 구청장은 "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관장 아저씨한테 말씀드려"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열람실 곳곳에 흩어져 앉은 방문객들은 아이들의 웅성거림에도 불구하고 책이나 커다란 창 밖으로 보이는 숲길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

배봉산 숲속도서관을 찾은 유덕열 구청장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 제공


동대문구는 배봉산둘레길 초입에 자리잡은 '배봉산 숲속도서관'을 대표 힐링명소로 꼽는다. 2019년 이전에만 해도 화장실만 덩그러니 있던 곳이다. 30년 된 화장실을 개축할 시기에 부지 소유주인 서울시립대 승인을 받아 2층 구조 도서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용신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동대문구 전역에서 접근성이 뛰어난데다 자연과 인접한 공간이라는 장점이 있다.

한옥 구조를 차용해 천장을 높였고 서까래를 연상시키는 나무 골격이 눈에 보이도록 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닐 수 있는 마루에는 키낮은 책꽃이만 일부 배치, 커다란 통창과 잘 어우러진다. 설계 당시부터 배봉산 자락과 어우러지도록 나무 한그루 훼손하지 않았고 벽면마다 크게 창을 내서 산 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이 나도록 했다. 서가에서 눈만 돌리면 푸른 나무와 숲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열람실 한켠에 자리잡은 카페는 도서관을 휴식공간으로 바꾼다. 유덕열 구청장 역시 카페에서 약속을 잡아 즐겨 찾는다. 유 구청장은 "새벽이나 저녁 9시 이후에 운동하면서 점검할 겸 둘레길을 걷는데 도서관이 문을 닫는 시간이라 별도로 약속을 잡아서 온다"며 "숲속도서관은 책만 읽으면서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차 한잔 나누며 책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유아를 동반한 보호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휴식 공간이다. 1층에 놀이시설이 잘 갖춰진 공동육아방이 있어 아이와 함께 놀다가 열람실로 향하거나 아이를 잠시 맡기고 배봉산 둘레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20분 남짓 걷다 보면 서울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상이 나온다. 둘레길이라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뒷마당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가족단위 이용자를 배려한 편의공간은 지역사회 통합기능을 수행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10만명 가량이 숲속도서관을 찾았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카페같은 공간에서 공부나 작업을 하는 이른바 '카공족', 배봉산을 걷다 들른 등산객 등이다. 이용자가 늘면서 도서 구매 요청도 많아져 이동식 서가를 추가, 책 1500여권을 더 비치했다. 요즘도 주말이면 1000여명씩 도서관을 찾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입구에서 인원을 통제할 정도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자연친화적인 숲속도서관이 도서관과 독서문화에 있어 새로운 모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 배봉산 숲속도서관이 지역은 물론 서울을 대표하는 자연 속 도서관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동네 힐링명소" 연재기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