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비상급수시설 대장균 '득실득실'

2021-08-12 10:59:21 게재

362곳 중 절반 식수 부적합

민방위 업무지침 위반 논란

먹는 물로 쓰이는 부산시 비상급수시설에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이 다수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상 맑은 물로 유지해야 할 비상급수시설이 일반 지하수나 약수터보다 수질관리가 안 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1일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식수로 사용되는 부산시 민방위 비상급수시설 362곳에 대해 2020년 2032번을 검사해보니 912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1분기는 462건 중 137번, 2분기는 450건 중 181번이 불합격이었다. 먹는 물 수질항목 46개 전체를 검사하는 3분기에는 586건 검사에서 무려 361번이나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4분기 검사 534건에서도 부적합은 233번이나 된다.

비상급수시설은 상수도 중단시 최소한의 물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민방위 업무지침에 따라 지역의 지하수 중 수질이 양호하고 수량이 많은 곳을 기준으로 지정한다. 지자체는 먹는물관리법과 지하수법에 따라 언제든 음용이 가능하도록 수질을 관리해야 한다. 평소에도 주민들이 식수용으로 사용한다. 2년 주기로 검사하는 일반 음용 지하수와 달리 매분기마다 검사를 하는 이유다.

가장 많은 비상급수시설을 보유한 해운대구는 지난해 56곳 중 무려 42곳에서 1번 이상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4곳 중 3곳이 불량 지하수인 셈이다. 보건환경연구원이 1년간 실시한 검사를 통해 세균 등 46개 수질항목에서 기준치를 모두 만족한 곳은 14곳에 불과했다. 부산 북구도 37개 비상급수시설 중 지난해 23곳에서 1번 이상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불합격 이유는 일반세균이나 대장균 발생 등이 대부분이다. 부산진구의 한 주민센터 비상급수시설은 지난해부터 분기별 검사에서 5번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도 계속 음용으로 사용 중이다. 해운대 신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수는 세균이 기준치의 160배가 나온 곳도 있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비상급수시설에는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사회복지관과 체육공원 등 지자체나 정부가 직접 지하수를 관리하는 곳들도 다수 포함됐다. 매분기 검사마다 불합격을 받아 재검사 받은 횟수만 9번인 비상급수시설도 있다.

가장 엄격히 관리돼야 할 비상급수시설인데도 민간이 관리하는 음용 지하수나 약수터보다 수질이 나쁜 것도 문제다. 부산시 음용 지하수 1219개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50건이었다. 음용 지하수 수질 검사에서 해운대구는 99곳 중 1건, 북구는 44곳 중 불합격이 한 곳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표수라는 점에서 수질오염 우려가 가장 높은 약수터조차 807번 검사에서 불합격은 147건으로 비상급수시설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봐도 부산시 비상급수시설 수질은 더 나빠지고 있다. 2018년 2044건, 2019년 2081건을 검사해 각각 707번, 771번 불합격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불합격 비율이 더 크게 치솟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계속 재검사해서 최종적으로 합격 판정을 받으면 시설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주민들이 매일 마시는 물인데다 언제든 맑은 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서류상 수치만 짜맞추려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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