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 시대의 홍수관리 방향

2021-08-17 11:01:15 게재
김상욱 강원대학교 교수

최근 서유럽과 중국 정저우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수많은 인명,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등 지구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물난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기사를 보면 작년 여름 우리나라를 할퀴고 간 홍수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작년 장마에는 사상 최장기간인 54일 및 역대 2위라는 기록적인 강수량과 함께 짧은 시간에 최대홍수량이 두번 발생하는 비정상적 쌍봉(雙峯) 형태의 유입량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용담댐 섬진강댐 합천댐 등의 하류에서 제방 월류와 유실, 외수 유입, 내수 침수 등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여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많은 국민께 걱정을 끼쳤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작년의 수해 원인조사에서는 변화되는 기후양상에 대한 대응 필요성과 함께 법적·제도적 측면, 하천 및 댐 관리 측면의 개선점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데, 이 글을 통해 몇 가지 세부적인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댐과 하천을 연계한 홍수대응체계의 전 국토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댐의 계획방류량이 하류 하천의 설계홍수량보다 큰 지점은 언제든지 작년과 같은 피해가 다시 발생될 수 있으므로 구조적 및 비구조적 대책을 총동원하여 조속히 시설을 재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댐 운영 기술은 기후 위기에 적시 대응할 수 있는 최신 시스템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댐을 규정에 따라 운영하였음에도 하류에 피해가 발생한 것은 기후·사회·경제적인 변화에 현재의 운영 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댐 관리 규정을 최신 과학적 기술에 맞추어 개선해야 하고 낡은 지침이 있다면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셋째, 수자원 관리에 있어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최신 센서를 이용한 실시간 관측, 예측자료를 3차원으로 표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 댐-하천 통합관리 플랫폼 등의 최신 기술을 현실에 적용하여 홍수로부터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자원 기술의 진일보를 위한 R&D 분야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천정비와 홍수조절을 위한 적극적 예산투입이 필요하다. 홍수가 발생하면 댐과 하천이 홍수량을 적절하게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하천 정비가 완료된 구간은 국가하천 81.4%, 지방하천 및 소하천은 45~48%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 계획에 따른 재정투입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기존 제방에 비해 효과 있고 경제성 있는 가변(可變) 제방이나 이선(二線) 제방과 같은 신개념 제방 설치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류지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유역의 홍수분담을 확대하고 침수가 예상되는 구역을 홍수터로 계약하여 이를 유역분담 시설로 활용하는 선택적 홍수방어체계 도입도 이제는 고려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의 안타까운 물난리를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아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긴 호흡의 치수 정책이 서둘러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