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벌목보다 재선충 천적백신 도입하자"
한려해상국립공원 거제시 '화도'.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그러나 배를 타고 섬에 들어서자 그림같이 아름답던 항구 모습과 달리 숲의 소나무들은 시뻘겋게 말라죽고 있다. 한번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100% 죽는다는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다.
그동안 산림청은 국내 산림의 나무들은 경제적 가치가 낮다며 경제림으로 수종을 갱신한다는 이유로 싹쓸이벌목을 해왔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벌목의 또 다른 이유는 소나무재선충 예방이다. 이로 인해 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간다.
거제도의 또 다른 숲에 가보았다. 싹쓸이벌목으로 국립공원의 울창하던 나무들이 사라졌다. 잘려나간 소나무를 살펴보았다. 어른이 두 팔로 감싸안을 수 없는 거대한 소나무였다. 거제시청 산림과에 이유를 물었다. 소나무재선충이 20% 정도 확산되어 벌목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10%도 안되는 듯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에 따르면, 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한 나무가 전체 나무 대비 30% 이상이어야 모두베기를 할 수 있다. 또 모두베기를 하더라도 소나무만 벌목해야 한다. 그러나 재선충과 상관없는 아름드리 활엽수까지 불법으로 벌목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초토화시켰다.
불행 중 다행으로 거제시는 지난 4월 재선충 벌목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150ha 중 약 5%(9.5ha)에 대한 벌목이 진행된 상태에서 벌목을 중단시켰다.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고사목 내에 알·유충·번데기로 존재하는 10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만 소나무를 벌목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에 따르면, 재선충 감염 나무를 훈증할 경우 피복제를 덮어 공기 이동까지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피복제가 찢겨지거나 벗겨진 채 독성이 강한 훈증약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재선충 감염 확산을 방지하려면 벌목된 소나무 줄기는 물론 크기 2cm 이상의 나뭇가지들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은 땅에 파묻히거나 계곡에 굴러다니는 소나무들로 가득했다. 재선충을 예방한다며 싹쓸이벌목을 했지만, 오히려 재선충을 사방으로 확산시키는 꼴이다.
여기서 베어낸 나무들은 인근 펠릿공장에서 톱밥으로 만들어져 화력발전소에 납품된다. 재선충을 핑계로 국립공원의 아름드리나무들을 벌목해 화력발전용 펠릿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소나무재선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산림청은 재선충 방제를 계속해왔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재선충에 감염돼 피해를 본 소나무는 520만그루가 넘는다.
재선충이 국내에 상륙한 1989년 이후 30년 동안 방제예산으로 1조3332억원이 투입됐다. 그런데도 소나무재선충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싹쓸이벌목의 핑계거리가 되어 전국의 산림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재선충을 치료하는 천적백신이 개발된 것은 이미 15년 전이다. 충남대학교 성창근 교수가 2005년 연구를 시작해 810일 만에 소나무재선충 천적 곰팡이를 찾아냈고, 이 천적백신을 G810이라고 명명했다. 그동안 성 교수는 재선충 관련 논문을 국외 SCI급 저널에 무려 34편이나 발표했다.
그런데 15년 전에 개발된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의 효과를 현장에서 검증한 곳은 산림청이 아니라 국립공원공단의 국립공원연구원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곰팡이를 이용해 개발된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 실험 결과, 재선충에 감염되었던 소나무 중 78%가 회복됐다.
산림청은 그동안 천적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며 무시해왔다. 지난 2월에서야 국립산림과학원과 강원대학교를 통해 경북 경남 충북 충남 4개 시험지역을 선정해 'G810 유기농업자재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나무주사 효과 검증' 사업을 시작했다. 검증 결과는 11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