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후예를 찾아서③ │ 해양바이오수소 개발팀

"매일 순도 99.8% 수소 1톤씩 생산하는게 목표"

2021-09-03 15:31:15 게재

해양고세균 활용한 플랜트 운영

이산화탄소 배출없는 블루수소 목표

충남 태안에는 해양미생물(고세균)을 활용해 차세대 에너지의 핵심인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 있는 한국서부발전소 안에 설치한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에서 우선 2023년까지 순도 99.8%의 수소를 하루 500kg씩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후 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설비를 포함해 플랜트 규모를 키워 매일 1톤의 블루수소를 개발하는 계획까지 잡혀있다.

강성균 해양과학기술원 본부장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이라는 해양고세균을 활용한 수소생산은 여기까지가 상용화 첫 단계다.

이협희 바이오테크서비스 대표와 강성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자원연구본부장이 이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해양바이오수소를 개발하는 하나의 팀으로 협력하고 있다.

바이오테크서비스는 해양수산부의 연구개발 과제로 진행하는 '해양 바이오수소 상용화 기술개발' 연구의 주관기관이고, 해양과기원의 강 본부장 연구팀은 해양고세균에서 수소생산 기작을 발견한 후 이를 개량하고 대량 배양했다.

◆10년 이상 축적된 연구 기반으로 실증까지 끝내 = 연구소기업인 바이오테크서비스와 정부출연연구기관 해양과기원이 손잡은 연구는 2019년까지 순도 50% 수준의 수소를 1일 1톤, 연간 330톤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검증을 이미 끝낸 바 있다. 서부발전소에 설치한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를 통해서다.

이협희 바이오테크서비스 대표

수소차 1대 연간 수소 소비량을 150kg으로 가정(1만5000km, 연비 100km/kg 적용)하면 수소 330톤으로는 1년에 2200대의 수소차를 가동할 수 있다.

해양고세균을 활용한 수소생산이 다양한 수소공급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해양고세균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은 바닷물이나 나트륨이 포함된 정제수에서 일산화탄소를 먹고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H₂O + CO ->H₂, CO₂). 바닷물이나 나트륨이 포함된 정제수가 담긴 통에 'NA1'을 투입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강 본부장은 해양과기원 연구선 온누리호가 남태평양의 심해 열수구에서 발견한 해양고세균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의 유전암호 187만자를 분석하던 중 이 고세균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2010년)하고, 에너지생성 기작을 규명(2014년)했다.

NA1은 수소화효소 7종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수소 생산 미생물 중 가장 많다.

연구원들이 해양바이오수소 실증 플랜트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바이오테크서비스 제공


강 본부장 연구팀은 이후 NA1을 활용한 바이오수소 생산 균주 개발에도 성공(2016년)했다. 이들 균주는 자연상태의 NA1보다 수소생산 능력이 100배 높다.

강 본부장은 "해양미생물을 핵심 촉매로 해서 일산화탄소를 함유한 산업부생가스를 원료로 바이오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친환경적이고 생산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하는 기술도 결합 = 이 대표는 일산화탄소를 먹고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뱉어내는 NA1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제에서 강 본부장팀과 결합했다.

바이오수소에너지, 폐기물에너지를 전공한 이 대표(공학박사)는 ㈜기산에서 환경사업팀 부장,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 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동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NA1을 이용한 바이오수소생산기술 개발사업 총괄연구책임자로 실증 플랜트를 설치·가동하고, 상용화 과제를 담당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소기업 바이오테크서비스를 설립했다. 바이오테크서비스에는 해양과기원도 20% 출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진행해야 할 과제는 크게 두 가지"라며 "해양고세균이 생산하는 수소에 혼합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순도 높은 수소를 생산하는 것과, 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해 이산화탄소가 시스템 밖으로 배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생산은 이산화탄소 발생 정도에 따라 그레이(이산화탄소 발생), 블루(이산화탄소 포집 가능), 그린(이산화탄소 미발생) 등으로 분류한다. 태양에너지 등을 사용해 물분해 방식으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가장 이상적인 단계지만 생산비용이 높다.

이 대표는 자신이 특허를 추진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활용 기술을 바이오수소 생산 시스템에 결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강 본부장과 이 대표는 탈탄소 시대의 핵심 에너지인 수소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본과 인력 투입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양고세균 NA1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는 실증까지 마쳤다. 수소 순도를 높이고 하루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플랜트를 추가 설치하고 규모를 키워서 해결할 수 있다.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어 이를 해양 바이오수소 생산 플랜트에 맞게 결합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최적화된 시스템을 찾을 가능성은 자본과 인력의 집중도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바닷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플랜트는 내륙에도 설치할 수 있다"며 "1일 1톤 생산의 소형 플랜트부터 이보다 30배 큰 규모의 플랜트까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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