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성 사건에 보호수용제 도입 논란
전자발찌, 성범죄 재범률 낮췄지만 한계도 뚜렷
출소한 성범죄자 격리 주장 확산 … 법조계 "이중처벌에 따른 위헌 가능성 높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보호수용소'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비를 훼손하거나 착용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전자발찌 위주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보호수용제를 도입해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 범죄자를 별도 시설에 수용·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관련 법안 발의와 함께 도입 여론이 불거진 지 1년 만이다. 편집자 주
2006년 2월 서울시 용산구 용문동에 거주하던 A양(당시 11세)은 집 앞 비디오 가게에 테이프를 반납하러 갔다 실종됐다. A양은 실종 신고 16시간 만에 경기도 포천시 한 창고 옆 공터에서 온몸이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A양을 살해한 범인은 인근 신발 가게 주인 김창호였다. 그는 A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목졸라 살해하고 자신의 아들과 함께 시신을 옮겨 불태웠다. 김씨는 사건발생 7개월 전 4세 어린이를 성추행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른바 '용산 초등생 성폭행 살해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2005년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던 '특정 성폭력범죄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전자발찌는 1990년대 말부터 도입을 검토했지만 인권침해 논란으로 공전 중이었다. 법안은 2007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2008년 10월 시행됐다. 전자발찌 대상자는 법무부에서 관리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자발찌는 부착장치와 재택감독장치 그리고 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로 구성됐다. 착용자는 항상 위치추적장치를 휴대해야 한다. 발목의 부착장치에서 발신되는 전자파를 위치추적장치가 감지해 재택감독장치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감시 대상자는 외출 시에도 항상 위치추적장치를 휴대해야 한다. 만약 위치추적장치에서 약 1m 이상 떨어지거나 발찌를 절단하면 경보음이 발생하고 이 사실이 관제센터에 전달된다. 그리고 보호관찰소나 보호관찰관에게도 문자 메시지가 전송된다.
◆착용 대상 해마다 증가 = 도입 당시 전자발찌 착용 대상은 2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범죄 대상이 13세 미만 어린이인 범죄자와 가석방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날 보호관찰 대상 성범죄자 등이었다. 법무부는 이후 미성년자 유괴(2009년) 살인(2010년) 강도(2014년)로 대상을 확대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동안 착용 대상이 2696명(2016년) 2981명(2017년) 3126명(2018년) 3103명(2019년) 4026명(2020년)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7월말 현재 4847명으로 도입 첫해(151명)에 비해 32배이상 늘었다. 전자보석 대상자 200명을 제외한 전자발찌 부착자 4647명을 범죄유형별로 보면 성폭력사범이 2586명(55.6%)으로 가장 많다. 가석방 일반사범(1493명, 32.2%) 살인(457명) 강도(98명) 유괴범(13명)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는 기존 4대 특정사범 외 가석방되는 모든 사범이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 됐다.
◆전자발찌 훼손 잇달아 = 전문가들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자발찌가 재범을 막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감독 제도를 시행하기 전인 2004~2008년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은 평균 14.1%에 달했다. 그러나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범죄자 재범률은 1~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3년간 외형적인 확장과 성과에도 전자발찌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발 더 나아가 전자발찌 무용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자발찌 무용론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전자발찌 훼손이다.
전자발찌 재질은 그동안 여섯 차례 바뀌었다. 초기 전자발찌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규격을 적용한 실리콘 재질로 제작됐다. 하지만 절단 후 도주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법무부는 강화필름 삽입, 스프링스틸, 스테인리스스틸, 금속철판, 얇은 철판 7개 등으로 점차 강도를 높였다.
법무부는 재질을 변경할 때마다 "끊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매번 전자발찌를 끊고 범죄를 저질렀다.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지난해까지 총 152건으로 해마다 평균 11.7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8월까지 13건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전자발찌 착용자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연평균 70여건에 이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전자감독 대상자의 성범죄 재범 사건은 361건이었다. 올해도 7월까지 36건이 발생했다.
재질개선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는 감독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하지만 착용자 증가에 비해 관리인력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30배 넘게 늘어나는 동안 감독자는 2008년 48명에서 올해 7월 현재 281명으로 약 6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담직원 1인당 관리인원은 2018년 19.3명에서 7월 기준 17.3명으로 소폭 줄었다.
또한 전자발찌를 절단해도 처벌이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련 법에 따르면 전자장치 훼손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자장치 훼손 처벌 건수는 155건으로 평균 처벌은 징역 9개월에 벌금형 450만원 수준이었다.
◆국민불안에 보호수용제 재등장 = 이런 상황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갔고, 이는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보호수용제도'를 도입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그러나 형법학자와 형사 정책 전문가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호수용제도에 위헌 요소가 있고 현실 여건상 도입하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보호수용제도는 형을 마치고 출소한 범죄자를 일정 기간 사회와 독립된 시설에 격리하는 제도로 인권침해와 이중처벌 논란으로 논의만 거듭했다. 출소자를 격리한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0년 도입했던 보호감호제와 유사하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재범 위험성이 큰 범죄자를 형 집행 이후 격리수용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호감호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1989년 헌법재판소가 법관의 재량 없이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무조건 보호감호를 선고해야 하는 점을 들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보호감호제도는 사회보호법에 존속하는 형태로 남아 있다가 2005년 결국 폐지됐다.
이후 비슷한 제도 도입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2011년에는 형법 개정을 통해 보호감호제도를 재도입하려 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5년에는 법무부가 보호수용법안을 처음 국회에 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윤상진 전 의원이 보호수용법안을 발의했고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조두순 출소에 맞춰 보호수용 법안 3건이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살인이나 상습 성폭행, 13세 미만 아동성폭행 등 특정 범죄에 대해 법원이 보호수용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형 집행시설과 독립된 보호수용시설에 수용되도록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측에선 이전 보호감호제도와 달리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교정시설과 별개 시설에서 출퇴근 하도록 하는 등 다른 처우를 적용한다면 위헌 논란도 피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강윤성 사건과 같이 도착적인 경향이 생기면 고치지 못한다"며 "위험한 성향의 범죄자에 대해서는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정분야 전문가인 김영대 전 영월교도소장은 "전자발찌 시행이 10여년 지나고 있지만 어느정도 예방효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는 여건"이라며 "전자발찌 재질을 강화한다고 해도 절단할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재질 강화가 재범 방지의 효과적 대안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범 특히 성범죄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강력범 성향이 강하거나 상습화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호수용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도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3일 브리핑에서 "전자발찌 착용자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야간에는 지정된 보호시설에 들어오도록 강제하는 형태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보호수용제에 대한 사회 일각의 요구가 강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제도 강화만으로도 충분 =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들은 여러차례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중처벌에 따른 위헌 문제로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서 형을 마쳤는데 보호수용시설에 다시 격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교정시설 과밀화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법무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별도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에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기존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범죄에 대한 엄벌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보호수용은 과거 보호감호처럼 해석되는데, 형벌 이외의 이름으로 새로운 형이 집행되는 이중처벌 문제와 과잉처벌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따라서 현행법 해석으로 전자장치훼손이나 이탈시 가석방피부착인이면 가석방취소후 재복역을, 형종료자부착인이면 전자장치부착법위반죄로 새로 구속기소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 인력을 대폭 확충해 이탈이나 훼손 신호시 즉시 신병확보에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만 특사경이 보호관찰소에 머무르지 않도록 지방보호관찰소 지부를 곳곳에 설치해 분산 근무하게 하거나 일반경찰과 공조해 주거지로 바로 출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