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도암댐

어떻게 지켜낸 동강인데 … 도암댐 썩은물 '콸콸콸'

2021-09-27 11:33:35 게재

수질악화로 21년 동안 발전방류 중단 … 총리실 2005년 '홍수조절댐' 결론 후 물 가득 채운 상태로 13년 '방치'

2002년 태풍 루사 때 도암댐은 정선과 영월지역의 수해를 키웠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정선과 영월지역 주민들 반발로 한때 해체 직전 상황까지 갔다. 2005년 총리실 국무조정실은 '2급수 수질이 될 때까지 발전을 중단하고 홍수조절용댐으로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은 탁상머리 대책에 불과했다. 홍수조절을 하려면 평화의댐이나 한탄강댐처럼 평소에는 댐을 바닥까지 비워둬야 하는데 지금까지 도암댐은 물을 비운 적이 한번도 없다.

발전방류는 도암호가 연중 2급수 수질이 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 전까지 홍수조절용댐으로 사용하려면 댐을 비워야 한다. 바닥에 퇴적된 펄층을 준설해서 정화하기 위해서도 강릉쪽 발전방류구를 통해 도암호 물을 2/3 정도 빼내야 한다.

이런 과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총리실과 환경부, 산업부, 한수원, 인근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공론화가 필요한 까닭이다.

동강전망대에서 고성산성 쪽으로 드론을 날려 촬영한 제장마을 일대 동강 파노라마. 동강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른다. 맨 오른쪽 상류가 가수리 일대, 가장 높은 산은 백운산(883.5m)이다. 백운산 아래 첫번째 물굽이가 나리소, 두번째 물굽이가 제장마을, 세번째 물굽이는 연포마을이다. 제장마을 뒤편 칠족령을 넘으면 백룡동굴이 있는 문희마을이다. 사진 아래쪽은 정선군, 연포 건너편은 영월군, 칠족령 너머는 평창군이다.


"여름에 비만 오면 창문을 열 수가 없다. 강에서 이상한 물비린내가 나는데 도저히 맡을 수가 없는 냄새다."

최근 동강 제장마을 동강사랑 옆에 집을 지은 오선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동강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이다.

영월댐은 백지화됐지만 동강 물빛은 예전과 다르다. 강바닥에 누런 부유물이 끼고 그 많던 다슬기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여름엔 비만 오면 누런 오탁수가 강 전체를 뒤덮는다. 지역주민들은 그 원인으로 도암댐을 꼽는다. 오 부위원장과 함께 동강을 따라 도암댐까지 거슬러올라가보았다.

동강 제장마을 하늘벽. 높이 100미터가 넘는 석회암 수직절벽이다. 1999년 여름 이 절벽에서 100미터가 넘는 석회암동굴이 발견돼 영월댐 환경영향평가의 오류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내일신문 특종보도였다.


도암댐에서 내려오는 송천은 정선 아우라지에서 남한강 본류인 골지천을 만난다. 장마철이 지나고 연중 수질이 가장 좋은 시기인데도 송천에서는 매우 거북한 물비린내가 났다. 강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잠수교 아래에는 죽은 물고기가 뼈를 드러내고 썩어간다.

도암댐은 만수위 상태에서 댐 꼭대기 여수로를 통해 남한강 수계로 방류하고 있었다. 예전에 비해 물빛은 조금 맑아졌지만 여수로 아래 허연 거품과 불쾌한 냄새는 여전했다. 오 부위원장은 "비가 올 때 동강에서 나는 바로 그 냄새"라며 "여기 오기 전까지는 한강 최상류에 이런 죽음의 호수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1991년 준공후 담수 후 불과 몇년이 지난 뒤부터 심각하게 오염된 도암댐 물은 강릉시민들의 반발로 강릉수력발전소 발전용수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이후 도암댐은 남한강 수계로 물을 내려보내고 있다. 발전용으로 건설된 거대한 댐이 원래 기능을 상실한 채 남한강을 최상류 구간부터 오염시키는 상황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05년 총리실에서 홍수조절용으로 사용한다는 결정을 한 뒤 13년 동안 만수위 상태인 도암댐.

◆한수원 여전히 '발전방류' 기대 = 2002년 태풍 루사 때 도암댐은 정선과 영월지역의 수해를 키웠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전선과 영월지역 주민들 반발로 한때 해체 직전 상황까지 갔다.

2005년 총리실 국무조정실은 '2급수 수질이 될 때까지 발전을 중단하고 홍수조절용댐으로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은 탁상머리 대책에 불과했다. 홍수조절을 하려면 평화의댐이나 한탄강댐처럼 평소에 댐을 비워둬야 하는데 지금까지 도암댐은 물을 비운 적이 한번도 없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여기에 대해 "도암댐 수질을 연중 2급수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섬유사 필터' 장치를 시범운영했으나 집중호우시 목표수질 달성이 어렵다는 수질검증위원회 의견을 수용해 중지했다"며 "이후 천연광물(제올라이트)을 활용해 수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시행하려 했지만 하류 주민들 반대로 보류중"이라고 밝혔다.

정선군 관계자는 "도암댐은 밑바닥 저질 준설 후 상시 자연방류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선군의 식수원 상류에 대량의 루미나이트(제올라이트)를 뿌리는 검증되지 않은 방식의 수질개선 방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송천 바로 아래 남한강 본류에는 정선군 취수장이 2곳 있다.

한수원은 "정선군에서 수질개선제의 국내 하천 적용사례 부족을 들어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2019년 횡성군 주천강 수질개선사업, 2020년 횡성군 반곡저수지, 2021년 춘천시 공지천 등 작용사례를 점차 늘려가면서 안전성에 대한 주민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한강 수계 상시 자연방류는 찬성" = 강릉시 주민들은 의견이 두가지로 나뉜다. 강릉수력발전소가 위치한 성산면 주민들은 "수질이 많이 개선된 상태니 발전방류 를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쪽이고, 나머지 지역 주민들은 "발전방류시 남대천 수질오염이 불가피해 안된다"는 쪽이다.

한수원 측은 지역주민들과의 면담에서 2급수 수질 개선과 강릉수력발전소 가동시 연수원 건립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방류는 도암호가 연중 2급수 수질이 될 때 가능한 일이니 홍수조절용으로 사용하려면 댐을 비워야 한다.

바닥에 퇴적된 펄층을 준설하고 정화하기 위해서도 강릉 남대천 쪽 발전방류구를 통해 도암호 물을 2/3 정도 빼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강릉시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남한강 수계 상시 자연방류를 전제로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강릉쪽 발전방류구를 통해 도암댐 물을 2/3 정도 비우는 데 동의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강릉경실련 관계자는 "발전방류가 아니라 남한강 수계 자연방류를 위해서 추진한다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총리실 합의를 지키겠다는 한수원의 명문화된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강 = 글·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남준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