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메탄 기술 전쟁

'이산화탄소 아닌 온실가스(Non-CO₂) 저감' 기술개발 시급

2021-10-18 11:14:33 게재

미국 유럽 등 전세계로 확대하는 메탄가스 규제 대응 위해 … "상대적으로 비용 적게 들고 저감 효과도 커"

전세계적으로 메탄가스 규제 강화 움직임이 커짐에 따라 비이산화탄소(Non-CO₂)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Non-CO₂ 온실가스란 교토의정서에서 지정한 6개 온실가스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제외한 5개 가스(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와 최근 추가된 삼불화질소(NF₃)를 통칭하는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메탄가스 규제 강화 움직임이 커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스 생산 과정 등에서 뿜어져나오는 메탄을 규제하는 데 주력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폐기물 분야의 메탄 감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석유 및 가스를 채굴 및 생산하는 장면. 사진 이미지투데이


문승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자원순환연구실 박사는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다"며 "우리가 말하는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표현되는 온실가스의 총합(CO₂eq)을 넷제로(net zero)로 하는 개념인데 대부분 이산화탄소에만 중점을 둬 Non-CO₂ 온실가스 저감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문 박사는 또 "Non-CO₂ 온실가스 저감 기술 분야는 수출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자국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빠르게 효과 나타나는 메탄 감축 기대 = 지난 9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메탄가스 배출 규제 추진에 합의한 이후 이에 동의하는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발족 예정인 국제 메탄 서약에 주요국들의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메탄 배출량을 최소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9월 열린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포럼(MEF)에 참석해 "한국은 국제적 메탄 감축 협력에도 적극 공감한다"며 "에너지 농업 폐기물 분야에서 구체적인 메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과정에서 메탄 감축 방안을 적극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부처들도 농림축산 에너지 폐기물 등 관련 정책들을 마련 중이다.

물론 대기 중에 퍼져 있는 메탄가스 규모는 이산화탄소보다는 적다. 하지만 열기를 대기권 안에 가두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은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강력하다"며 "일각에서는 잔류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특성을 가진 메탄의 경우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온난화 정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단기적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메탄 감축 강화는 단기간 내에 아주 강력한 지구온난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탄은 한번 배출되면 약 12년 정도 대기 중에 체류한다. 반면 이산화탄소의 잔류 기간은 5~200년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잔류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 영향은 수십년 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메탄이 배출량을 줄일 경우 가장 빠른 효과를 볼 수는 온실가스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역시 메탄 감축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IPCC가 최근 내놓은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 1실무그룹'에 따르면 2019년 대기 중 메탄 농도는 최근 80만년 동안 제일 높았다(매우 높은 신뢰도). 게다가 1750년 이후 메탄 농도는 156%나 증가했다(매우 높은 신뢰도).

IPCC는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메탄가스가 배출된 이후 20년 동안은 같은 농도의 이산화탄소와 비교했을 때 84배에 달하는 온실효과를 창출한다"며 메탄 감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6차 평가보고서는 66개국 과학자 234명이 전세계 기후변화 관련 논문·자료 1만4000여건을 참고해 작성했다. COP26 등 향후 국제 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 논의를 위한 과학적 근거로 쓰인다.

지구온난화지수(GWP)란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등 온난화를 초래하는 가스가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하는 지수다. 이산화탄소 1kg과 비교할 때 특정기체 1kg이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낸다. 100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온난화 효과를 1로 가정했을 때 메탄가스는 이보다 20배 이상 높다.

소 한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은 250리터 정도이지만, 지구엔 15억마리가 넘는 소가 사육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해외는 석유·가스 생산과정에서, 한국은 폐기물이 관건 =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가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Non-CO₂ 온실가스 중 가장 비중이 높은 물질은 메탄이다. 1990년대에 비해 벼 재배 면적 감소와 가정용 고체연료 생산·사용 감소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또한 우리가 국제적으로 강화되는 메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석유·가스 생산과정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메탄은 습지나 탄화수소 매장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농·축산업이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식량 생산 분야에서 메탄 감축 효과를 단기적으로 거두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메탄가스 규제에 대비는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등을 채굴하지 않고 수입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며 "다만 글로벌 정유회사들의 메탄가스 규제에 따른 부담으로 천연가스 수입 가격이 상승함에 따른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가스에서 85% 정도를 차지하는 메탄은 유전 지대에서 채굴과정을 통해 방출된다. 송유관에서 미세한 균열을 통해 새나오는(탈루 현상) 메탄 규모 역시 상당하다.

북미에서는 석유·가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가장 많은 메탄가스가 뿜어져나온다. 중국에서는 석탄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비중이 가장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메탄가스 총배출량(LULUCF : 토지이용, 토지이용 변화 및 임업 제외) 중 폐기물 분야가 에너지 분야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20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메탄 총배출량에서 분야별 비중은 농업 분야 44.0%, 폐기물 분야 31.2%, 에너지 분야 22.6%, 산업공정 분야 2.2% 등의 순이다.

가축분뇨 등 유기성폐기물 혐기소화(무산소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한 생분해성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나 폐기물 매립지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정제·발전·개질 등을 통해 에너지로 활용하는 기술개발 등 Non-CO₂ 온실가스 저감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박사는 "우리나라는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에서 Non-CO₂ 온실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지만 저감 잠재량(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며 "게다가 미국 환경보호청(EPA) 분석에 따르면 Non-CO₂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개발된 기술, 현장 적용 지원 필요 = 문 박사는 "국내 Non-CO₂ 온실가스 저감 기술은 대규모 발생원 위주로 적용되거나 이미 개발된 기술도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며 "특히 메탄의 경우 매립지 조성부터 사후관리까지 발생되는 모든 메탄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단계적으로 개발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현장 적용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도 Non-CO₂ 온실가스 저감 기술 개발을 인지, 추가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2011년부터 국고 약 822억원 규모로 Non-CO₂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을 해왔고 완성된 기술들은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며 "내년 예산 심의 단계지만 실증화로 확대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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