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행주 ‘황금장어’ 마리아나 해구로
독특한 ‘현대식 방생’ 눈길
한강 행주 황금장어가 10월 20일 정오 행주산성역사공원 한강에서 출발해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의 품으로 떠났다. 한강 행주에 온지 20일만이다. 황금장어는 10월 1일 오전 9시 30분 김포대교 상류에서 박찬수 전 행주어촌계장(63)과 60년 경력 김순호 어부(73)가 내림장어 조업 도중 한강에서 처음으로 포획해 화제가 됐다. 길이 55㎝, 무게 500g의 황금색을 띤 뱀장어로 행주 어부들은 "한강에서 황금뱀장어는 처음이다"고 전했다.
희귀한 황금장어와 관련해 ‘방생하자’ ‘비싸게 팔자’ ‘포르말린과 알코올 처리 후 한강도시어부전시관에 영구 보존하자’는 등의 의견이 있었고, 10월 7일에는 일산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매입해 수족관에 전시하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행주어민들은 ‘한강의 길조’인 황금장어를 자연의 품인 장어의 고향, 마리아나 해구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해 방생을 결정했다. 방생은 물이 많은 음력 보름 사리 물 때인 썰물 시간에 맞춰 10월 20일 정오에 이뤄졌다. 특히 시대와 문화를 아우른 새로운 형식과 구성을 갖춘 ‘현대식 방생’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보름달을 상징하는 대형 달항아리(높이 42cm)가 등장했고 장항호 어선 물칸에서 지낸 황금장어가 달항아리로 옮겨져 특수 제작한 하얀 방생카펫길(길이 11m 폭 2m의 면 원단에 장어가 상처 입지 않게 비닐 안감으로 박음 처리)을 따라 한강으로 보내졌다. 행주 어민과 시민들이 하얀 방생카펫을 양 옆에서 나란히 들고 황금장어를 배웅했고 처음 보는 황금장어의 화려하고 신비한 모습에 감탄했다.
<신비한 물고기, 한강 행주 황금장어에게 보내는 송별가> 창작 판소리와 함께 배웅
경기도장미연합회(회장 정수영)에서 준비한 300송이 친환경 장미꽃잎이 황금장어가 떠나는 길을 동행해 장관을 이뤘고 특별 공연으로 <신비한 물고기, 한강 행주 황금장어에게 보내는 송별가>(작사 송예진 소리 김노경) 창작 판소리가 황금장어가 바다로 가는 길을 끝까지 배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얀 방생 카펫을 지나 강으로 흘러간 황금장어는 이별이 아쉬운 듯 처음에는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어민의 손길로 20일 동안 머물던 장항호 어선을 지나 유유히 한강으로 헤엄쳐갔다.
일본에 항의하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때 농기에 태극기를 단 전국에서 유일한 성석농악진밭두레패(회장 김수정) 회원들이 황금장어가 김포대교를 지날 때까지 농악을 울리며 환송했고 야외전시장에는 2017년 1월 3일 행주어부가 처음으로 잡아 방생한 한강 최초의 ‘백장어’ 사진 등이 공개됐다. 이날 이은만 전 고양문화원장은 황금장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역사 깊은 한강 행주에서의 황금장어 출현은 평화와 부귀를 상징하는 큰 행운이고 황금장어 방생은 욕심을 버린 행주 어민의 큰 결단이다”며 격려했다. 행주어촌계에서는 황금장어를 재현한 길이 55cm의 단호박 ‘황금장어 가래떡’을 시민들과 나누며 황금장어가 무사히 고향, 마리아나 해구로 도착하길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