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호 바닥 '죽음의 뻘'

2021-11-10 12:07:07 게재

해수유통에도 수질 개선 안돼

"2020년 12월 이후 해수유통량을 늘린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호수 밑바닥의 퇴적토는 썩어서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수심 4m 아래에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데드존'(Dead Zone) 상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공동단장의 말이다.

오 단장은 "환경부가 지금까지 4조원을 들여서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바닥층은 염분농도가 높은 바닷물, 위는 염분농도가 낮은 민물로 성층화돼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2003년부터 매달 새만금 지역의 변화상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시민과학자들의 모임이다. 2016년부터는 새만금호 내부 12개 지점의 수심별 용존산소와 염분 농도, 온도, 전기전도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단은 지난 10월 3일과 11월 6일, 새만금호 내 12개 지점에서 수심별 용존산소와 염도를 측정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 지점에서 수심 4m 아래로는 용존산소 양이 급격히 감소했다. 호수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용존산소 농도는 1ppm 이하로 더 떨어졌다.

바닥에 쌓인 침전물을 '채니기'를 이용해 퍼올리자 심한 악취가 났고 시커멓게 썩은 퇴적토 내에서 살아있는 저서생물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2020년 12월부터 해수유통을 약간 늘린 뒤 새만금호 전체에서 풍기는 악취는 사라졌지만, 수심 4m 아래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생물이 살 수 없는 데드존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 단장은 "새만금호 물 속에 비닐막이 하나 씌워져 있는 상태나 마찬가지"라며 "물이 순환되지 않으니 저층의 산소가 고갈되고 갯벌생물의 대량폐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바닥에서 죽은 폐사체 유기물은 다시 물에 가라앉고, 용존산소가 높은 바닷물이 유입되면 이 유기물을 이용해 호기성 미생물이 번성해 빠르게 용존산소를 고갈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은 비참한 죽음의 호수를 만들었을 뿐이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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