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존도 80% 이상 기업 3만개사

2021-11-18 11:39:06 게재

코로나후 GVC 급속 재편

국경 초월 분업화는 옛말

한국 '위기냐 기회냐' 기로

중국발 요소수 사태로 불거진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지난 20년간 GVC를 활용해 성장해온 한국산업은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은 고급인력이 많고, 4차산업혁명에 앞서 있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특정국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인 국내기업은 2만9785개사에 이른다. GVC 의존도는 55%다. 독일 51%, 일본 45%, 미국 44%보다 높다.

또 2019년 우리나라의 대일본 무역적자 192억달러 중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적자는 182억달러로 약 95%를 차지한다. 대중국 소부장 수입은 117억달러로 주로 범용형이지만 이차전지 소재 등의 수입의존도가 80% 를 넘는다. 대중국 소부장 의존도는 30%로 미국 16%, 독일 7%와 대비된다.

GVC란 2개 국가 이상이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 중국으로 수출할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일본에서 엔진을 수입한다. 중국은 한국에서 반도체를 수입해 컴퓨터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

GVC는 국경을 초월한 분업과 특화로, 효율성을 높이기에 적합했다. 하지만 특정한 고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생산 네트워크가 무너지는 리스크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문제점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자동차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에 이어 최근 불거진 중국산 요소수 파동은 이러한 단면이다.

물론 광물, 화학물질 등 원자재 부문의 대중국 의존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세계화에 따른 GVC 확산과 아웃소싱의 결과로 초래된 글로벌 차원의 문제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중국의 밀접한 연관성과 분업구조를 고려하면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더이상 뒷짐만 지고 볼 수도 없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출입 품목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크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상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가치를 판단하고 산업현장을 파악하려면 품목별 전문가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공급망 컨트롤 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품목에 대한 단기 대응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 인재 육성, 기술 유출 방지, 투자 유치 등을 아우르는 전략 수립과 관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기시다 내각은 최근 경제안보 분야를 총괄할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을 신설했으며,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 주도의 범정부 '무역기동타격대(Trade Strike Force)'를 만들어 공급망 이슈에 대응하고 있는 점은 참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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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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