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시즌 왔는데 속도 안나는 저감대책

2021-11-23 00:00:01 게재

방역에 우선순위 밀려

발생원 중심 집중해야

미세먼지 시즌이 돌아왔다. 코로나 사태로 잊고 있었지만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만큼 유해한 존재다. 코로나19 방역에 밀려 미세먼지 대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오후 5시 15분. 서울시는 올 하반기 들어 처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당일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 평균 50㎍/㎡ 초과해 수도권 전 지역에 주의보가 발령됐다. 환경부는 2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초미세먼지 위기경보 '관심'단계를 발령한다고 예고했다. 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미세먼지는 서울시민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 1순위로 꼽혔다. 서울시는 물론 정부도 관련 대책을 쏟아냈고 미세먼지특별법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등 후속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사회를 뒤덮는 사회적 재난으로 부상하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일상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대한 저감노력은 더욱 감소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대책이다. 도심 지하역사는 환경부가 꼽은 23개 다중이용시설 중 실내주차장 다음으로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장소다. 특히 터널의 미세먼지 농도는 일반 대기보다 4~6배, 승강장보다 3~4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미세먼지, 황사, 도로에서 발생되는 매연과 미세먼지 등이 별다른 정화장치 없이 지하역사 출입구와 지하철 터널 환기구를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는 먼지가 지상까지 퍼진다는 사실이다. 지하철 터널 내부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열차가 오가며 생성하는 '열차풍'에 의해 그대로 환기구를 통해 도심으로 뿜어져 나온다.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는 지하철 미세먼지 감축을 관련 대책 우선순위에 두고 각종 사업을 펼쳤다. 터널 양방향에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집진기를 설치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고속으로 오가는 열차 탓에 한쪽 방향에서만 먼지를 잡아내는 기존 방식으론 저감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승강장에 공기청정기를 세우고 터널을 물로 세척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문제는 속도와 효율성이다. 터널이 지하철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이지만 이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지하역사 미세먼지 관련 예산의 고작 1.5%만 터널에 투입되고 있다.

서울시도 소극적인 상태다. 2019년에 이미 국·시비로 확보된 예산을 집행하는 수준이며 터널 부문 공기질 개선을 위한 2021년, 2022년 사업예산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사업 주체인 서울교통공사 내부의 잡음도 저감 대책이 늦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저감사업 업체,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저감사업이 1년 가까이 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다못한 시는 감사에 나섰고 지난달 발표된 감사 결과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 간부가 고의적으로 사업을 지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시가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터널 미세먼지 저감장치는 2019년 19곳 시범설치 후 현재까지 추가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45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 전체 지하철역 수는 326개에 달한다.

당국의 무관심 속에 지속적인 점검과 저감 대책 효율성 제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기청정기 설치나 물청소가 대표적 비효율 사례로 꼽힌다.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을 위해 대용량 공기청정기가 곳곳에 설치돼 있지만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자주 세척, 교체해줘야 하는 필터 관리가 문제로 지적된다. 물청소도 저감 효율이 극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에서도 관리 소홀, 필터값 등 지속적인 비용 발생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코로나 대응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문제가 있지만 미세먼지 또한 시민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주요 발생원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 투입을 통해 저감 사업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