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공청회 또 '무산'
환경단체 "환경부 협의의견 충족못해" … 보수단체 "주민 무시한 북한 퍼주기"
"파주지역 주민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쇼에 들러리를 설 생각이 전혀 없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추진을 위한 모든 행정절차부터 중단하라."
노현기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임진강대책위) 위원장의 말이다.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24일 개최하려던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가 또 무산됐다. 파주지역 보수단체 회원들 100여명이 연단을 점거하고 "지역 정서와 현실과 동떨어진 북한 퍼주기도로"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 위원장은 "파주지역에는 도로 노선 자체가 주민들 이용이 불가능한 이해가 안 가는 노선이라는 지역 정서가 있다"며 "지역 내 보수적인 분들은 남북정상회담 직후 졸속 추진된 북한 퍼주기 도로라고 반대한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주민 30명 이상이 서명해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면 무조건 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공청회는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 국토부가 아무도 신청하지 않은 공청회를 열려고 한 것은 환경부 동의를 받기 위해서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면 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 대한 환경부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 협의의견을 지켜야 한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현재 환경부의 협의의견을 한가지도 충족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2020년 8월 7일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의견서에 대한 회신'(환영영향평가과-2232)에서 "법정보호종 서식, DMZ 완충지대 역할 등 민통선 지역의 생태적 보전가치를 고려해 임진강 동측의 기 개발지(통일대교)를 활용한 노선 선정이 바람직하다"는 협의의견을 제시했다.
또 △공동조사 :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생태계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시 노선을 조정할 것 △상생협의체 구성 : 지자체 관계기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가칭)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사업시행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 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의견으로 제시했다.
국토부는 파주환경운동연합과 (사)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에 공동조사를 제안했으나 이들 단체는 "도로 전 구간이 지뢰지역으로 공동조사는 불가능하다"며 공동조사 참여를 거부했다.
상생협의체를 구성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2020년 10월 7일 임진강대책위, 파주어촌계, 파주시, 통일촌과 내포리 이장 등 15명에게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갈등예방협의체' 참여를 제안했다.
1차 회의는 코로나19 집합제한으로 무산됐다. 2차 회의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2021년 2월 19일까지 의견을 서면으로 달라'며 '회신이 없는 경우 의견없음으로 간주한다'는 공문을 참여자들에게 발송했다. 3차 회의도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노 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법상 환경부 협의의견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번 공청회는 평가서 본안에 '주민 의견수렴을 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끼워넣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