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
"기후·대기질 통합관리, 탈탄소정책 과학적 뒷받침"
무공해차 연구시험시설 착공 '전기차 전비' 문제 해결 … 새로운 부가가치 생산 기업 지원, 글로벌 환경연구단지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환경문제가 인류세(人類世 :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 시대)적 위기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학적이면서 통합적인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죠. 기후변화와 대기질 통합 관리의 과학적 기반 마련을 위해 통합효과분석 모델인 가이드(GUIDE)를 개발·운영 중입니다. 이 모델을 고도화한다면 좀 더 정교한 탄소중립 정책 지원이 가능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10일 인천 서구 종합환경연구단지에서 만난 김동진(52)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인터뷰 내내 '통합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환경은 과학"이라며 "무공해차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고, 내년부터 하천업무까지 환경부에서 맡게 되는 등 여러 정책적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국립환경연구소로 시작한 국립환경과학원은 환경전문 국가 연구기관이다. 주요 환경정책 및 환경오염방지 사업에 대한 연구지원을 한다. 기후대기 환경건강 물환경 환경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제적인 환경연구를 추진 중이다.
전기·수소차 환경성능 인증 강화한다
"지난해 전기차 전비 문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100% 충전 했을 때 300km가까이 주행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실은 달랐죠. 실제 도로를 주행했을 때 70%밖에 전비가 나오지 않았어요. 전기·수소차 시대를 맞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전비는 내연기관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사용효율을 뜻한다. 최근 현대차그룹 HMG저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전비였다. 그만큼 무공해차 전환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무공해차(Zero Emission Vehicle)는 배터리 충전식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 공해물질 배출이 없는 자동차다. 정부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 4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11월 현재 우리나라 무공해차 보급대수는 24만8000대다.
김 원장은 "전기·수소차가 실제로 얼마만큼 환경적인 성능을 발휘하는지 시험을 해서 인증을 하는 일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 내년 무공해차 연구시험동을 착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내연기관차 신규 인증 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고 반면 전기차 인증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시험동을 빨리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미 전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천 업무까지 통합, 분절적 연구 한계 극복
지난 10월 취임한 김 원장은 '통합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원장은 "내년에 하천업무가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면 통합물관리 성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도 많은 변화를 해야 한다"며 "그동안 수생태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상대적으로 수자원 분야 연구는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천 유량과 수질, 수생태 등 각각 분절적으로 연구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하천은 이슈가 많은 분야로 좀더 지속가능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오염총량관리제도 2.0 등 시민들의 환경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오염총량관리제도 2.0이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 관리의 전국적인 오염총량관리제도에서 문제가 되는 하천을 대상으로 오염 원인을 저감하는 맞춤형 총량제다. 2030년 시행을 목표로 총유기탄소량(TOC)이 문제가 되는 유역에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합적인 접근은 기후-대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온실가스 원인물질이 대기오염 원인물질이기도 하다"며 "통합적인 측면에서 이를 평가하기 위해 한국형 기후-대기 통합 평가 모델인 GUIDE를 개발·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기후-대기 통합 평가는 전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은 기후·대기통합 모델 '게인스'(GAINS)를 개발해 국제협상시 표준모델로 활용하고 정책평가에도 적용한다. 미국은 환경과 에너지 정책수립을 위한 의사결정 도구로 '글림프스'(GLIMPSE) 모델을 개발해 2050 환경목표 달성을 위한 비용과 효과적인 전략을 짜기 위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국립환경과학원은 급변하는 환경변화 대응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를 다방면으로 마련 중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과학적 진리를 밝히는 데 국한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통해 실제 정책 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관련 법에 따라 (유예기간 적용 시기 등은 다르지만) 기업들은 살균제 살충제 등과 같은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에 대한 승인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이 업무를 맡고 있는데 과거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업계와 소통할 생각입니다. 산업계와 많은 이해관계가 있는 분야일수록 더 소통이 필요하죠. 이는 정부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해관계 첨예할수록 소통이 중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사회 전영역에서 환경 중요성이 커질수록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깊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온실가스 통합물관리 등 사회가 급격히 변화, 새로운 환경영향 평가 수요들이 늘면서 국립환경과학원 내 환경영향평가센터를 선보이게 됐다"며 "어려워도 소통하고 합의해서 정책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부분도 함께 챙겨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나 정부시책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영향을 사전에 조사하고 평가해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인천의 종합환경연구단지에서 출범한 지 딱 21년이 됐어요. 과거 2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20년을 설계하는 아주 중요한 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환경연구단지에는 20년 동안 정말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됐어요. 이를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글로벌 연구단지로 만드는 데 국립환경과학원이 어떻게 주도적인 역할을 할지 고민 중입니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스타트업이라든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