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도시숲은 '미세먼지 먹는 하마'
가로수부터 제대로 가꿔야
도시숲은 '미세먼지 먹는 하마'라고 불린다. 도시숲은 미세먼지를 25.6%, 초미세먼지를 40.9% 저감시키고 대기오염물질을 빨아들인다. 나무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가진 나뭇잎 때문이다.
나뭇잎은 미세먼지를 흡착·흡수하고 가지와 줄기는 침강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우리나라 숲은 매년 총 107만톤의 대기오염물질을 흡착 또는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세먼지는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나 공장·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서 발생한다. 입자 크기가 10㎛ 이하인 미세먼지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로 나뉘는데 입자가 작아 호흡기를 거쳐 장기나 혈관에까지 침투한다.
미세먼지를 막는 데 가장 뛰어난 나무는 침엽수 종류다. 대표적인 침엽수인 소나무는 한 그루당 44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잣나무 곰솔 주목 향나무 낙엽송 느티나무 밤나무 등도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홍릉숲과 청량리역 주변에서 실험한 결과, 도시숲의 공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가장 깨끗했다. 도시숲 안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전 11시에 가장 낮게 나타났고, 오후 시간대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졌다. 도시숲 내의 풍속이 높아져 나뭇잎이 오염물질을 더 많이 흡착·흡수하기 때문이다.
도심 내 가로수들도 잘 관리하면 훌륭한 도시숲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로수를 심을 때 수종 선택부터 엉망으로 하고 나무가 조금만 자라면 가지를 마구 쳐서 모조리 '닭발가로수'로 만든다.
전문가들은 환경에 적합한 나무를 심고 어릴 때부터 구조전정을 통해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가지치기가 필요한 양이 줄어들고 큰나무로 자랐을 때 살아있는 가지를 잘라야 하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지치기는 생명에 칼을 대는 집도행위다. 나무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절대 나무를 '그냥' 자르거나 베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모든 가지치기는 합당한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
김레베카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환경사회학 박사과정)은 "가로수를 심을 때부터 지자체와 가로수위원회,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협의체 구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연구원 사례연구에 따르면 해외 녹지 선진국들은 공유지와 사유지를 가리지 않고 행정구역 안에 있는 모든 나무를 공유자원으로 관리한다. 내집 마당에 있는 나무도 함부로 자르지 못한다.
도심 녹지 선진국들은 그냥 녹지비율을 늘리는 게 아니라 가로수의 경우 UTC(urban tree canopy), 즉 '나무의 수관폭 비율'을 늘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도시의 녹지확충 계획에 반드시 명확한 수관폭 목표를 명시한다.
호주 멜버른은 2040년까지 전체 도시면적의 40%까지, 미국 워싱턴주의 스포캔시는 2030년까지 수관폭 비율을 40%(현재 23%)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방자치단체 가로수 관련 업무 담당도 아보리스트(수목관리전문가) 등 전문인력으로 보강할 필요가 크다. 특히 가로수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건강하게 가꾸는 쪽으로 업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시민 일자리도 늘리고 가로수도 아름답게 가꾸는, 환경과 경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