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잇따른 반려
낙동강교량·비슬산케이블카·새만금신공항 '제동'
환경단체들은 '반려' 아닌 '부동의' 촉구 … 낙동강교량은 수자원공사 에코델타시티 연결, 사실상 환경부 사업
지난 연말 낙동강 하구 엄궁·장락·대저대교, 대구 비슬산케이블카, 군산 새만금신공항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잇달아 '반려'됐다.
과거 환경영향평가에서 대기오염 수질오염 폐기물 등이 주요한 평가항목이었다면 최근에는 토지환경(토지이용 지형) 자연생태환경(동·식물상 자연환경자산) 등이 주요한 평가항목으로 다뤄진다.
2012년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결과는 90% 이상이 '조건부동의'였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결과는 2012년∼2016년까지는 94.1%가 '동의'였으나 2017년 이후 87.4%가 '조건부동의'로 결정됐다.
세 종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비율은 2013년∼2016년까지는 0.3∼0.6%에 불과했으나 2017년∼2019년에는 1.3∼3.1%로 급증했다. 2017년 이후 달라지기 시작한 환경정책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엄궁대교와 장락대교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을 관통한다. 반려가 아니라 부동의해야 마땅한 사업이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이다. 박 위원장은 "엄궁대교와 장락대교, 대저대교는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핵심지역을 파편화하여 그 생태적 기능을 훼손한다"며 "환경영향평가법 상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계획을 축소 조정하더라도 환경훼손을 피하기 어려운 사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4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부산시가 접수한 엄궁대교와 장락대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엄궁대교와 장락대교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서 부산시가 추진 중인 12개 교량과 터널 계획에 포함된다. 거짓 환경영향평가로 지난해 6월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된 대저대교와 함께 낙동강하구 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통과한다. 부산시는 이와는 별개로 '사상대교' 건설을 추진중이다.
◆생태계 조사도 사무실에서 =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반려 이유에 대해 △엄궁대교와 장락대교는 사실상 에코델타시티 양 옆에 있는 하나의 교통축인데 부산시가 각각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는 점 △겨울 철새 서식지에 대한 조사 미흡 등을 들었다.
부산시는 에코델타시티를 사이에 둔 2개의 대교를 하나의 영향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환경청 입장을 수용할지 재검토하고 부족한 철새 서식지 조사는 보완한 뒤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강서구와 사상구를 잇는 대저대교는 환경영향평가서 조작이 확인돼 평가서가 반려됐고 현재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지난해 6월 대기 소음 등 분야의 '환경질'에 이어, 8월 동식물 등 생태계 조사까지 모두 '거짓 부실'이라고 판단했다.
초미세먼지는 평가서상 측정시간과 증빙자료가 일치하지 않았고 소음 진동을 측정한 시간에는 조사자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숙소에 있었다.
생태계 조사 대부분이 조사도 없이 사무실에서 작성됐다. 평가서를 작성한 업체는 법 위반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됐다.
◆에코델타시티는 환경부 사업 =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부산시는 엄궁대교 장락대교 대저대교 등 신규 교량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대안 강구를 위해 재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이 제안하는 대안은 '기존 유료도로(교량) 무료화'다. 지난해 12월 2일 대저대교 최적노선 도출을 위한 1차 라운드테이블에서 정헌영 부산대 교수는 "을숙도대교를 건설할 때 (교통량)수요를 뻥튀기했다. 수요를 뻥튀기 안하면 건설할 수 없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을숙도대교는 2020년 일평균 4만4688대의 차량이 이용했다. 예상 교통량 9만3600대의 47%에 불과했다. 예상보다 낮은 이용률로 교량 운영기업에 물어주는 세금은 초기 10억, 20억원대에서 2019년에는 45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시민행동은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증가치 4만7146대는 을숙도대교를 무료화해서 설계용량대로 교통량을 감당하게 하면 바로 해결된다"며 "기존 유료도로를 무료화하면 교통 문제 해결은 물론 시민 부담은 줄이면서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의 자연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교량은 에코델타시티 사업과 연관돼있다. 에코델타시티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업이다. 4대강사업 때 수공이 떠안은 8조원의 부채를 해결하라며 이명박정부가 준 사업이다. 수공이 환경부 산하기관이 되었으니 환경부가 자기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교통문제 해결 △시민 부담 경감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보전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환경부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공항은 기후위기에 역행"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지난해 12월 23일 민주노총 전북본부 중회의실에서 시민 설명회를 열고 "새만금신공항은 지역경제를 발전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원 양양공항의 경우 계획 당시 연간 317만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재 정기노선도 없이 50인승 여객기만 겨우 오가는 실정이다. 전남 무안공항도 1999년 사업계획 당시 연간 992만명이 이용하는 허브공항으로 기대됐지만 현재 이용률은 연간 2% 미만으로 매년 70억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형편이다.
국토교통부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추진중이다. 신공항 대상지는 군산공항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진 수라갯벌이다. 수라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과 고창갯벌 사이에 위치한다. '저어새' 등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의 중요한 이동통로로 항공기와 새들의 충돌 피해도 우려된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환경적으로 적정하지 않고 입지가 타당하지 않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에 대해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이 아니라 부동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생태계 복원 필요한 비슬산 = "비슬산은 정상부에 넓게 펼쳐진 고위평탄면과 암괴류 등의 지형적 요소로 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은 산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의 말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12월 28일 달성군이 협의를 요청한 '비슬산 참꽃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비슬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는 자연공원, 생태자연도상 별도관리지역, 대규모 참꽃 군락지 등 우수한 자연환경자산이 있다"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봉우리 및 기존 탐방로와 연결되지 않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려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상부정류장 위치를 대견봉 등 비슬산의 주요 봉우리와 연결되지 않는 곳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논평을 내고 "비슬산은 정상부까지 임도가 닦여있고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사람들을 매시간 실어나르고 있다"며 "자연휴양림과 오토캠핑장, 관광호텔까지 들어선 비슬산은 이제 더이상 개발이 아니라 생태계 복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촉구했다.
비슬산은 대구 달성군, 경북 청도군, 경남 창녕군에 걸쳐있는 1084미터의 산으로 팔공산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산이다. 정상부 고위평탄면에는 30만평에 달하는 참꽃 군락지가 있고 천연기념물 제435호인 암괴류(돌강)도 유명한 지질자원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19회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상식에서 '아름다운 자연유산상'을 받기도 했다.
달성군이 케이블카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면 대구지방환경청이 지적한 내용을 보완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새로 작성한 뒤 협의를 다시 요청해야 한다. 달성군은 이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