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공백 이대로?

2022-01-04 11:34:23 게재

김기현 12일 사퇴의사 확고

원내투쟁 동력 반감 불가피

차기 경선, 또 다른 분란소지

'선대위' 해소 시 복귀 기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일괄사퇴' 카드로 선대위 인적쇄신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공백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투쟁 동력 반감이 불가피한 데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또 다른 당내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발언하는 김기현 원내대표│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사찰 규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오는 11일 임시국회 본회의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12일 차기 경선을 통해 차기 원내지도부에 바통을 넘길 생각이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사퇴) 의사에 변함이 없다"며 재신임 가능성에 대해 "살 구멍 만들어놓고 정치하지는 않겠다는 게 원내대표 뜻"이라고 전했다.

경선공고는 최고위 의결사항이라는 점이 변수지만 원내대표의 의지가 강할 경우 최고위의 만류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3일 김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선대위 직과 당직 일괄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오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과 김한길 위원장의 사의로 압력이 커지던 인적쇄신 기류는 그간 선대위 갈등과 가장 거리를 두고 있던 원내지도부가 직을 던진 후 폭발했다. 선대위 일괄사퇴, 당 소속 의원 전원 당직 사퇴가 잇따랐다.

문제는 원내지도부 공백이 더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원내투쟁 동력 반감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 야권인사 통신기록 무더기 조회 사건과 대장동게이트 특검을 '쌍끌이'로 추진하며 여당 원내지도부와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었지만 이번 원내지도부 사퇴로 현안 주도가 힘들게 됐다.

또 다른 당내 갈등이 점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차기 경선이 이준석 대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 당 관계자는 "최근 원내에서는 이른바 '60년대생 초선'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 비토 여론이 비등하는 중"이라며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의원들이 이를 노리고 당대표 비판 및 견제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신뢰관계가 깊다는 게 중론이다. 각종 갈등·사고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새 원내지도부 선출로 양쪽의 신뢰가 무너질 경우 당권과 원내권력의 다툼으로 적전분열만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원내지도부가 복귀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당내에서 고른 지지를 받으면서 중심을 잡아줄 곳은 원내지도부 뿐인 상태"라며 "선대위 쇄신과 안정화가 신속히 이뤄진다면 이들의 복귀에 명분이 돼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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